[박태훈의 스토리 뉴스] 정권과 연예인간의 오래된 역사유럽 순방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가수 양희은씨 등과 함께 파리에서 방탄소년단(BTS)공연을 흐뭇한 미소 속에서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14일 밤(파리 현지시간) 한불 우정의 무대에 출연한 BTS와 직접 만나 격려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인을 한 대통령 시계(이니 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인 1979년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비밀리에 공연을 시켰던 ‘그때 그 시절’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권이 과거 정권과 다른 한 가지는 정치, 외교행사에 이처럼 연예인들을 적극 참여시키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정권과 대중예술과의 접촉은 어느 시대, 어떤 정권에서도 있어 왔지만 문재인 정권은 조금은 남달랐다는 평이다.

왜 그럴까. 우리 대중예술 스타 파워가 예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점, 스타 마케팅을 문재인 정권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 등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권과 대중예술 관계를 되짚어 보면서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보자. ◆이승만 땐 군 위문공연해 정권 선전...김희갑 폭행 등 강압적이승만의 자유당 정권 시절부터 노태우 정권까지 연예인들은 주로 군 위문공연이나 정권 홍보에 동원됐다.

이승만 정부는 1948년 10월 국방부 정훈국 소속으로 '선무공작단'을 만들었다.

이후 선무공작단은 정훈공작단(군예대), 홍보단, 문선대(문화선전대)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군장병 위문공연이 주 목적이었다.

특히 자유당 정권시절 정치깡패 임화수의 '김희갑 폭행사건'은 정권이 연예계 스타들을 어떻게 봤는지 잘 입증한 사건이다.

반공예술인단을 만들어 정권에 우호적인 영화와 공연에 앞장섰던 임화수는 1959년 11월 27일 인기절정의 희극배우 김희갑을 폭행, 갈비뼈 3대를 부러뜨렸다.

‘독립협회와 청년 리승만’에 출연하라는 강요를 받았던 김희갑은 정권 홍보 공연 출연진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자 '나도 모르는 출연이 어디있는가'라고 항의했지만 돌아 온 것을 발길질이었다.

◆박정희 시절엔 각종 행사 동원...궁정동 안가 사건처럼 상명하복박정희 정권 때 김희갑 등이 출연했던 '팔도강산' 시리즈도 일종의 국가 선전물이었으며 연예계 스타들은 각종 국가 행사(국군의날, 북한 규탄대회) 때 동원됐다.

박정희 정권 종말을 맞은 1979년 10월 26일, 청와대 바로 옆 궁정동 안가에서 박 대통령과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차지철 경호실장 등이 술상을 받은 채 가수 공연을 즐겼다.

이러한 형태의 비공개 공연은 심심찮게 있었다는 증언이 많다.

물론 출연료는 받았지만 아주 중요한 출연 스케줄을 어길 경우 피해도 막대했지만 높은 곳의 호출을 거부할 스타는 흔치 않았다.◆김영삼 정부들어 연예병사제도 도입 스타마케팅사실상 첫 문민정권인 김영삼 정부들어 정권 차원의 스타마케팅이 일부 시작됐다.

'연예병사'제도로 1996년 국방부는 병사들의 사기진작과 군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공연단을 통합 관리하겠다며 홍보지원단을 출범시켰다.

이른바 연예병사 보직이 등장했으며 국방부 근무지원단 지원대대 홍보지원중대 소속 연예병사(정원 20명 내외)가 되려는 연예인들과 기획사들의 경쟁은 대단했다.

◆박근혜는 싸이 공연· 송중기 마케팅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취임식 때 가수 싸이가 공연을 했다.

대통령 취임식 때 대중스타가 공연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르는 등 세계적 히트곡 '강남스타일'을 부른 싸이의 인기 덕을 일정부분 보려는 정권 의도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4월 'K-스타일 허브 한식문화관' 개관식에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절정기를 구가하던 탤런트 송중기에게 팬심을 드러내면서 "진짜 애국, 청년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송중기 프로젝트' 추진을 지시, K스타일허브 관련 예산이 26억 원에서 171억 원으로까지 증액되는 등 정부가 많은 공을 들였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각종 행사마다 스타 마케팅 ‘탁월’취임 한달여만인 2017년 6월말~7월초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과 독일 방문 때 개그맨 김영철이 동행(독일 방문)했다.

청와대측 요청으로 특별수행단에 포함됐다.

이후 문 정부 주요 행사때 마다 스타들이 공식적으로 등장해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내한 만찬 행사에선 가수 박효신이 '야생화'를 불렀다.

지난 4월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봄이 온다'에 조용필·이선희·최진희·서현·YB·강산에·백지영·정인·알리·김광민·레드벨벳 등이 출연해 열창했다.

이어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 조용필, 윤도현이 초청받아 노래를 불렀다.

9월 18일~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는 가수 에일리, 지코, 알리가 동행했다.

알리의 경우 백두산 천지에서 '진도 아리랑'을 불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래를 불러 일부 네티즌들의 불만을 샀던 싸이는 올해 국군의날 기념식에 등장, 축하 공연을 가졌다.

장병, 사관생도, 시민 모두 싸이의 공연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파트너십 출범 행사에서 BTS의 빌모드 200차트 1위(5월· 9월)를 축하했다.

더불어 대통령 시계를 전했다.

◆전문가 "역대 정권마다 활용했지만 문 대통령 이미지와 인기가 크게 좌우" 역대 정권마다 연예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지만, 그 모습이 왜 다를까. 우선 ‘부르는 사람’, 즉 대통령의 이미지가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정권이 대중예술인과 접촉하는 이유는 그들의 대중적 인기를 활용, 홍보나 이미지 제고 등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들어 스타마케팅이 활발하게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다른 정권에 비해 연예인들을 많이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효과적으로 할 뿐"이라고 했다.

강씨는 "역대 정부 대부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예술인들을 활용해 왔다"며 "단지 대중에게 전달한 의미가 달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 국내외 행사 때 연예인 활동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것은 무엇보다 문 대통령 개인의 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 신뢰도(지지도)가 높아 과거 정부가 했던 똑같은 일도 더 좋아 보였다는 말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중예술인들이 정권에 당당히 '노(NO)'라고 하는 점도 특징적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국가행사에 참여해도 대중예술계, 연예계라는 큰 울타리가 얻는 실질적 이득은 거의 없었다.

실질적 도움보다는 주위 환기, 문화사업에 대한 관심 촉구라는 부차적 소득에 만족해 왔다.

이런 까닭에 요즘 대중예술인 중 정권이 부른다고 해서 무작정 나가는 이는 없다.

자신의 이미지나 생각, 컨텐츠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거부한다.

결론은 문 대통령의 ‘그 놈의 인기’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에 탁현민이라는 특출한 기획가에 있어 연예인 행사가 돋보인다는 말을 강태규씨는 "문재인 대통령 인기가 없다면 기획이 무슨 소용있겠는가"고 단칼에 물리쳤다.

정권과 연예인이 꿈꾸는 목표점은 같다.

국민, 대중들의 지지다.

그렇기에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과 사진 찍기를 원할 경우 국가 부름에 응하는 연예인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