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스파이 첨단정보 빼가” VS 中 “헛소문 유포 이미지 왜곡” / SCMP “GE 등 美우주항공업체서/기술정보 탈취 시도 쉬옌쥔 기소”/FBI “경제 스파이 中정부가 관리”/美사법당국, 기밀 훔친 1명도 기소/中 매체 “애플 등 부인… 검은손 규명을”/NYT “CIA 20명, 中에 발각돼”미국과 중국의 ‘스파이’ 전쟁이 촉발됐다.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갈등이 외교·군사 분야를 넘어 스파이전으로 확산했다.

두 나라가 ‘위장 평화’ 시대를 끝내고, 모든 분야에서 충돌하는 본격적인 경쟁과 대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 사법당국이 지난 10일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첩보원인 쉬옌쥔에 대해 세계 최고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제너럴일렉트릭(GE) 에이비에이션 등 우주항공기업에서 정보원들을 모집하고 첨단기술정보를 빼내려 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11일 보도했다.

그는 지난 4월 벨기에에서 체포됐으며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된 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쉬옌쥔은 중국 국가안전부 장쑤성 지부 제6판공실 소속으로 해외정보와 방첩 임무를 담당하는 고위관리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스파이가 미국으로 송환돼 법정에 서는 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를 주도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빌 프리스탭 부국장은 "전례 없는 중국 첩보 관리의 범죄인 인도는 미국을 겨냥한 경제 스파이 행위를 중국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존 데머스 미 법무부 차관보도 "미국을 희생시켜 중국을 발전시키려는 종합적인 경제정책의 일부"라면서 "우리는 자신이 심지 않은 것을 수확해가려는 나라를 참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사법당국은 앞서 지난달 26일 지차오췬이라는 이름의 중국인 엔지니어도 미국 항공산업 기밀을 훔치려는 혐의로 기소했다.

최근 일주일 새 중국 스파이에 의한 미 첨단기술 정보 탈취 기도 사건이 잇따르면서 미국 내 중국 스파이 침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군 공작원들이 애플과 아마존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업체의 데이터센터 서버에 좁쌀만 한 크기의 일명 ‘스파이 칩’을 조직적으로 심어 해킹을 시도했다는 보도와 맞물려 양국 간 스파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헛소문을 공개적으로 퍼뜨리면서 중국 이미지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애플과 아마존이 이미 부인했고, 미국과 영국 관영 기구에서도 이런 보도가 지어낸 것이라고 했다"며 "일부 세력의 조종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반드시 배후의 ‘검은 손’을 폭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의 스파이전 논쟁은 이번뿐이 아니다.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보당국이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세 번째 부인인 중국계 미국인 웬디 덩이 "중국 정부의 스파이일 가능성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경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미 정보당국은 웬디 덩이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의 친분을 이용해 중국 정부가 자금을 대는 워싱턴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로비에 나섰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미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내 활동요원 20여명이 2012∼2014년 중국 정보당국에 발각돼 처형되거나 투옥됐다며 대중 정보에 큰 구멍이 생겼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