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금지구역 내 韓·美 정찰기능에 ‘구멍’ / 韓, DMZ 인접지 北 움직임 파악 못해 / 美 정보수집 제한돼 연합훈련에 악영향 / 양국 군사 공조체계 균열 논란도 재부상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9·19 남북 군사합의가 한·미 연합훈련 체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불만을 쏟아낸 데는 비행금지구역 내 정찰기능 손실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은 합의에서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고정익항공기는 서부 20㎞·동부 40㎞, 회전익항공기는 10㎞, 무인항공기는 서부 10㎞·동부 15㎞, 기구는 25㎞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는 군사위성과 북한 영공 밖에서 움직임을 살피는 고고도 정찰기로 핵과 미사일 시설에 전략 정찰을, 한국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된 비무장지대(DMZ) 인접 지역에서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1일 "각각 분리된 활동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한국은 각자 수집한 정보를 교환해 북한의 군사적 동향과 관련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우리 군이 북한의 인접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므로 미국으로서는 정보가 제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행금지구역 내에 ‘캠프 보니파스’가 위치해 주한미군이 직접 비행에 제한을 받는 점도 부각됐지만, 우리 군의 정찰 제한이 한·미 연합훈련체계에 악영향을 주는 점이 더 큰 우려사항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북 정찰 활동 축소는 미군의 손발을 묶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강 장관의 통화 내용이 알려지며 한·미 군사 공조체계의 균열 논란도 재부상하고 있다.

논란이 증폭되자 국방부 이진우 부대변인은 "한·미 군사당국 간에, 또 외교당국 간에 충분하고 긴밀한 협의를 했다"며 "(양국의 입장) 차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폼페이오 장관의 불만 토로는 미국 정부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미군·유엔사와 한국 군 당국 간 합의서와 관련해 이뤄진 협의 내용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즉시 전달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군사합의를 둘러싼 한·미 간 소통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남는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남북정상회담 전 한·미 국무부가 군사합의서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 점은 (한·미 동맹에) 분명한 이상 징후"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남북 군사합의 내용이 미국의 ‘동의’ 혹은 ‘승인’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 ‘협의’ 대상이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 간 군사합의에 대해 충분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외교부와 국방부 모두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부인했다.

홍주형·김예진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