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이어 韓 가세 땐… 국제사회 ‘대북제재 전선’ 붕괴 위기 / 美, 대북제재 北 움직일 ‘지렛대’ 판단 / 北·中·러,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 모색 / 트럼프 북핵 해결 전략 물거품 우려 / 美매체 “韓, 제재 완화 땐 동맹관계 금 / 김정은 韓·美 사이에서 이간질 능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제재 해제 검토 움직임에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이 무너지면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온 것은 미국과 유엔이 주도한 파상적인 대북 제재 공세에 굴복한 결과라는 게 미국 측 판단이다.

미국은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을 3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북한을 움직일 유일한 지렛대가 될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 데탕트(긴장완화) 물결에 동참하고, 대미 협상에 나서자 중국과 러시아가 서둘러 대북 제재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

북한·중국·러시아 3국은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3자회담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9일 모스크바에서 이뤄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 간의 3자회담 결과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가 제때에 대북 제재 재검토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2차 대미 핵 담판을 시작하면서 대북 제재를 무력화함으로써 유리한 협상 고지를 선점하려 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동조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이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한국까지 여기에 가세하면 대북 제재가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우려를 무시한 채 대북 제재 완화 조치를 하면 한·미 간 대북 공조 체제가 무너질 뿐 아니라 한·미 동맹 관계에도 금이 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언론매체 복스(Vox)는 이날 ‘한국이 대북 제재 완화를 바라고 있고, 이는 트럼프의 북핵 전략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 관계 악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복스는 "한국이 대북 제재 완화 조처를 하면 이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체를 위한 대북 압박 캠페인이 산산조각이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복스는 "한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면 한·미 양국의 북한 핵 프로그램 종식을 위한 접근 방식에 중대한 균열이 생길 수 있고, 한·미 관계가 전반적으로 붕괴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더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길 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 연구원은 이 매체에 "김정은이 한·미 양국 사이에서 이간질하는 각본을 이용하는 데 능란한 솜씨를 보였다"면서 "이는 곧 한·미 양국의 대북 지렛대가 무너지고 있고, 대북 최대 압박 전략을 다시 가동하기가 극도로 어렵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정부가 대북 독자 제재를 해제해도 남북 경협이 획기적으로 증대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는 한국이 유엔 차원의 제재를 지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NYT는 "한국의 대북 독자 제재는 많은 부분이 유엔의 대북 제재 내용과 중첩돼 한국의 제재 완화 조처가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NYT는 "미국은 비핵화 분야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너무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지 말 것을 한국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