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핵심인물 꼽혀 / 재판 개입 등 주도적 역할 의심 / 조사 뒤 前대법관들 줄소환 전망검찰이 ‘양승태 사법부’의 각종 의혹 중심에 선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불러 조사한다.

임 전 차장은 지난 사법부 최고위층이 내린 각종 지시를 앞장서서 이행한 실무 책임자다.

따라서 임 전 차장 조사는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 조사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오전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지내며 사법정책에 비협조적인 법관 다수를 사찰해 명단을 작성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블랙리스트’ 혐의를 받고 있다.

행정처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블랙리스트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여러 법관에게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울러 사법부가 박근혜정부 코드에 맞는 판결을 내리는 데 임 전 차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신일철주금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진행을 대법원이 고의로 지연하는 데 임 전 차장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박근혜정부가 일본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때다.

사법부가 청와대 입장을 배려해주는 대신 법관 해외 파견처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2013년과 2016년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외교부 당국자를 만난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집행정지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2014년 10월 고용노동부 측 재항고 이유서를 대신 써주고 청와대를 통해 고용부에 전달하는 과정에도 임 전 차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기 직전인 2016년 말 최철환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해 달라고 여러 대기업에 요구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봐 달라"는 청탁을 받고 심의관에게 법리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 전 차장 수사에 대한 법조계 시각은 엇갈린다.

부장판사 출신 A변호사는 "법원 발전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라며 "도가 지나쳤을 순 있어도 너무 몰아세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재경 지법에 근무하는 B판사는 "임 전 차장이 얼른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든 혐의를 벗든 해야 한다"며 "후배 법관들이 언제까지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조사한 뒤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관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