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강점… 인간 고유 영역 빠르게 잠식 / 美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인공지능 ‘켄쇼’/ 강달러 시기 亞증시 수익률 족집게 예측 / “사람이 40시간 걸리는 일 몇 분 만에 처리”/ 투자자문서 준법감시까지 전천후 활용 / 장기적으로 리서치 분야서도 활약 전망 / “인공지능 서비스가 기업의 경쟁력 좌우”미국 강달러 시기의 아시아 증시 수익률, 미국 한파의 수혜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파운드화 변동치를 정확히 맞힌 애널리스트가 있다.

바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인공지능 켄쇼(Kensho·통찰력)다.

뉴욕타임스는 켄쇼를 두고 "연봉 50만달러(약 5억6000만원)를 받는 애널리스트가 40시간 걸리는 일을 단 몇 분 만에 정확한 데이터로 결과물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금융 분야도 인공지능이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인공지능 활용한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시대 개막11일 코스콤이 운영 중인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웹사이트(www.ratestbed.kr)에는 3차에 걸친 시험을 통과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32개의 포트폴리오가 공시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조언자)를 합친 신조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 상품을 추천하거나 펀드를 운용하는 서비스다.

NH투자증권, SK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주요 증권사와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삼성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정보기술(IT) 개발업체 등이 내놓은 다양한 알고리즘의 1주, 1개월, 연평균, 누적 수익률 등 운영성과와 위험지표가 매일 갱신된다.

알고리즘은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결과 값을 찾아내는 규칙의 집합으로,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주가지수, 환율, 금리, 상품지수, 원자재 지수 등 300여가지의 시장데이터와 여러 변수를 활용해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투자 상품을 선택한다.

이 테스트베드(시험대)는 알고리즘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2016년부터 시작됐다.

각 금융기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투자자 성향별로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등으로 나뉘며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에 분산 투자를 한다.

현재 수익률은 연평균 기준 최고 9.34%인 알고리즘부터 -15%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34개 알고리즘 중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품은 6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진우 대신증권 금융공학연구소장은 "2016년 한국에서 이뤄진 알파고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고 마침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하고 펀드의 고비용 고수수료에 대한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인공지능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가 관심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인공지능 투자가 갖는 강점에 대해 "사람을 배제해 감정적 결정 대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분산투자인 포트폴리오 투자 기법은 기존 투자시장에도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갖는 강점은 바로 개인 맞춤형이라는 점에 있다.

전태희 NH투자증권 로보어드바이저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강점은 개인화됐다는 점과 저비용화를 실현했다는 점"이라며 "개인의 투자성향, 위험태도, 자산, 소득수준, 연령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투자를 제안한다.기존에는 고액 자산고객들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였지만 이제는 저자산 고객도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으로 맞춤형 자산관리를 받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인간 대체해 가는 인공지능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사람을 대체해 투자자문, 포트폴리오 관리, 챗봇을 통한 상담뿐 아니라 내부 통제나 이상거래를 찾아내는 준법감시 분야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적으로는 애널리스트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리서치 분야도 인공지능이 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보어드바이저 투자는 미국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와 일본, 중국, 인도 등도 이를 뒤따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해외 상위 5개사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5년 2월 100억달러를 넘어 2017년 5월 1007억달러, 올해 1월 1410억달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초기에는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기술이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주요 금융사들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이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대출이나 보험심사 분야와 이상 거래를 적발하는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한두 번 입출금 거래가 일어나는 계좌에서 어느 날 갑자기 거래가 급증하거나 그동안 출금이 없던 계좌에서 거액이 인출되는 등의 이상 거래가 발생하면 이를 포착해 알려주는 식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1월까지 전화통화 내용을 분석해 보이스피싱을 잡아내는 앱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전태희 팀장은 "앞으로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 외에도 기업의 큰 투자 결정을 앞두고 그에 따른 다양한 위험 분석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될 것"이라며 "여러 변수를 빨리 분석하고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변수와 위험을 알려주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은 "금융권에서 인공지능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며 "앞으로는 AI가 개인의 금융전략과 금융해결책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래에 금융시장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얼마나 잘 구현하고 어떤 차별성을 만드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