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조국’서 직업연수… 멕시코·쿠바 한인 후손들"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 한글 이름을 새겨 넣었습니다.중국인이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대답으로 팔을 보여줍니다." 긴 머리의 꽃미남인 카를로스 에르네스토 올리베라 임(29)이 ‘임미남’이라고 한글 문신을 한 근육질 오른팔을 들어 보이며 호탕하게 웃는다.

고향인 쿠바 마탄사스에서 요리사였던 그는 연수를 마치고 돌아가면 한국 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는 식당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독립운동가 후손다운 포부를 밝혔다.

재외동포재단(이사장 한우성)이 멕시코·쿠바 한인 후손들의 안정적 사회 진출과 경제기반 지원을 위해 마련한 직업연수에 참가 중인 16명의 젊은이들이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총장 윤신일)에서 제과·제빵 기술 및 한국어 교육, 모국문화 체험 등 빡빡하게 짜인 3개월짜리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임미남씨의 증조할아버지는 쿠바 이민 한인 1세대로 조국의 독립운동을 이끈 임천택 선생이다.

경기도 광주 출신으로 1905년에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노동 이주한 임 선생의 부모와 조선인들은 에네켄(Henequen: 잎 모양이 용의 혀 같다고 해서 용설란으로 불리는 열대 선인장) 농장에 팔려나가 고된 노동을 했고, 1921년에 쿠바로 재이주해 자리를 잡았다.

한인 조직을 만든 그는 1925년 민성국어학교를 세워 학교장으로 쿠바 한인들에게 조국의 언어와 풍습을 가르치며 민족혼 심기에 노력을 기울였다.

독립자금을 모금해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지원하며 민족운동과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조국을 그리워하며 83세의 일기로 쿠바에서 세상을 떠난 임 선생에게 정부는 건국훈장애국장을 수여했고, 2004년에 유해를 고국 대전국립현충원에 모셨다.

우소라 한국어 강사(42)는 "한글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를 시작해 어려움이 많을 텐데 배우려는 열의가 있어 열심히 듣고 발표도 잘해요.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들입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빵 실습을 마친 임씨가 기자에게 방금 자신이 구운 큼지막한 양파 빵 두 개를 전해주며 맛보라고 손짓한다.

빵의 따뜻한 온기가 이역만리 에네켄 농장에서 땡볕 속 중노동으로 어렵게 번 돈을 독립자금으로 보내며 평생 조국을 사랑한 그의 증조할아버지 마음을 닮았다.

돈도 벌고 잘살게 해준다는 말에 꿈과 희망을 안고 찾은 지구 반대편 머나먼 나라에서 우리 민족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110여년을 살아온 그들의 선조가 그랬듯이 직업을 찾기 위해 조국을 찾은 이 청춘들의 삶이 더 윤택해지고 행운이 늘 함께하기를 바란다.

글·사진=이제원 기자 jw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