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적절한 규제와 함께 시장을 감시하기 위한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레그테크 발전협의회가 지난 5일 출범했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을 합친 합성어로 신기술 분야에 적절한 지원과 규정을 논의하고자 하는 민관 협의회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의장을 맡고 금융보안원, 코스콤, 학계, 금융회사와 관련 전문기업, 법조계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인간보다 기계에 관련 규정을 이해시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금감원은 지난달 인간의 언어(자연어)로 만들어진 규제 내용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기계어)로 변환하는 MRR(Machine Readable Regulation)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RR는 사람이 만든 규제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준법감시 업무의 중요성도 커졌다.

금융분야에 인공지능 등 신기술 도입도 늘어나면서 인간이 이를 감시하는 데 따른 어려움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투자건전성, 데이터 보고, 집행의무, 자금세탁방지 등 다양한 준법감시 업무에 기술이 필수다.

딥러닝 같은 기술은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에 학습을 거듭해 내놓는 결과이기에 관리자가 이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게 되느냐 하는 점도 문제다.

또 시장 지표가 급등락할 때 기계적인 대응만 할 경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연합(EU)이 올해 도입한 금융규제안인 ‘금융상품투자지침2’(Mifid II)에 따르면 △금융 인공지능 프로그램에도 킬 스위치를 도입해 언제든 강제로 중지시킬 수 있어야 하고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이 투자지침은 EU가 8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시장의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규정을 담았다.

유광렬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레그테크는 금융 혁신의 파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당하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잠재적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