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정부가 지방대를 죽이는 꼴", "평가 목적이 불분명해 대학들 우왕좌왕", "막판에 게임의 룰 바뀌어 대학 괴롭혀"….문재인정부 들어 첫 대학 구조개혁 평가인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 결과가 지난달 확정된 이후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논란(세계일보 10월11일자 11면 참조)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이번 평가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대학 사회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최근 마련한 ‘대학 기획처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각 대학 기획처장은 구조개혁 평가 준비 실무책임자다.

11일 대교협에 따르면 김태구 전국기획처장협의회 회장(인제대 기획처장)을 비롯한 기획처장협의회 집행부 등 전·현직 기획처장 6명은 지난달 14일 모여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를 놓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협의회에는 120개가량의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먼저 이번 평가에 대한 총평과 관련해 배종향 원광대 기획처장(협의회 감사)은 "교육부가 2주기 평가에서는 나름대로 대학의 규모나 권역, 국립·사립대(를 고려한) 지표 기준을 많이 반영했다고 하나 정작 대학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지방대 죽이기’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는 "평가(결과)를 보면 지방분권을 추구하는 문재인정부가 지역보다 수도권을 더욱 살리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진단제외대학을 제외하고 정원 감축이나 재정지원 제한 등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40개 대학을 보면 수도권(7개)과 비수도권(33개)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김성호 중원대 기획처장(〃 부회장)과 오중산 전 숙명여대 기획처장은 평가 목적의 불명확성이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오 전 처장은 "지난 1주기 평가는 옳고 그름을 떠나 정원 감축이란 목적이 명확했다"며 "그러나 2주기 평가는 그러지 못해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대학들의 불만과 불신을 초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대입정원 감축’을 목표로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밀어붙여 A등급 대학(16%)을 제외한 대학들의 입학정원을 총 5만6000명 정도 줄였다.

참석자들은 평가가 임박해 ‘법인 책무성’과 ‘구성원 참여·소통’ 등의 새 지표가 갑자기 추가된 점도 문제 삼았다.

안정호 강남대 기획처장(〃 부회장)은 "지표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평가의 정확성에 큰 타격을 입힌다"고 꼬집었다.

특히 각종 평가로 인해 진이 빠진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박명호 동국대 기획처장(〃 부회장)은 "대학들이 등록금도 (인상이) 묶여 정부 재정지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평가가 너무 많아 불쌍하다"고 토로했다.

김태구 협의회장은 "각 대학의 기획처가 생존·발전전략을 짜기에도 (힘이) 모자랄 지경인데, 현실은 각종 평가 준비로 시간을 허비하느라 장기 계획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평가를 줄이는 대신 현장 평가 등 평가의 내실화를 촉구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