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전세계에서 낙태 찬반 공방 고조전 세계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는 등 많은 곳에서 임신중절수술(이하 수술)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낙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로마 가톨릭 교회 프란체스코 교황이 수술 요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낙태합법화 및 낙태죄 폐지를 놓고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황 "낙태, 청부 살인자를 고용하는 것" 비판로마 가톨릭 교회의 프란체스코 교황은 10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낙태는 청부 살인자를 고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교황은 이날 강론에서 "임신중절하는 건 마치 누군가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며 "한 인간을 없애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청부 살인자에게 기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낙태에 대해 "무고한 생명을 억압하는 행위가 왜 치료적이고 문명적인이며 인간적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드러냈다.

이날 교황의 낙태에 대한 비판은 준비된 원고에 없는 내용이어서 그 의미가 더 했다는 평가다.

한편 교황은 낙태뿐 아니라 ’전쟁과 착취, 낭비의 문화 등으로 사람의 목숨에 대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전 세계도 몸살..."시대적 요구" VS "소중한 생명 안돼"낙태죄 폐지를 두고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 올해 조국인 아르헨티나의 낙태합법화를 반대했고 법안은 아르헨티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아르헨티나 가톨릭 신자 수천명은 지난 8월 당시 중절수술을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낙태 합법화 법안에 대한 교황의 반대에 항의하기 위해 ’신앙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멕시코는 낙태 여성의 사면을 검토 중이다.

멕시코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 측근 로레타 오르티스는 최근 포럼에서 낙태여성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낙태와 관련해선 여성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게 옳다"며 "멕시코 일부 주에서 낙태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건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정부가 사면을 검토하지만 가톨릭 사상이 깊어서 임신중절 여성에 대한 사면이 사회적 저항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가하면 일본은 ’우생보호법’에 따라 태아의 장애가 판명되면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여 사회적 반감과 반발을 부르고, 폴란드에서는 임신중절금지 법안이 추진됐으나 ‘검은 시위‘로 불린 여성 단체의 거센 반대로 무산됐다.

반면 현재 125개국에서 낙태를 제한하고 있으며 낙태를 전면 금지한 국가도 26개국에 이른다.◆국내에서도 "낙태죄 폐지" 목소리 고조국내에서도 낙태죄 폐지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여성단체와 진보단체 등으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하 단체)'은 지난달 29일 청계천 한빛 광장에서 낙태금지형법 269조를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검은 옷을 입고 모인 300여명의 참가자는 형법 269조를 의미하는 숫자 2, 6, 9를 적은 판을 만들고 붉은 천을 든 참가자들이 숫자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모습은 마치 형법 269조에 빨간 줄이 그어진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형법 269조(이하 형법) 1항에는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참가 단체는 "임신중지를 범죄화하고 처벌하는 행위는 임신중절을 근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위험한 시술을 부추긴다"며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는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의학계 일부에서도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7일 추계학술대회에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수술 중단 등 단체행동은 강요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여성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사회단체의 낙태 허용 주장에는 뜻을 함께 했다.

반면 종교계는 ‘인간 생명의 가치 하락‘이라며 임신중절 행위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의사회는 환자 및 임산부의 치료자로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종교계에서는 태아의 생명권 존중을 앞세우고 있다.◆현행 형법은 낙태죄 위반 여성 처벌 규정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 1항에 따라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270조 1항에는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임신중절을 해준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낙태죄 위헌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열고, 선고는 다음 재판부로 넘겼다.

유남석 신임 헌법재판소장은 청문회에서 ‘낙태죄 폐지 관련 헌법소원을 연내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