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기록적 증가세전 세계적으로 자연분만 대신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는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에서는 산모의 63%가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산모의 절반 이상이 제왕절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모와 태아의 건강 상태를 평가해 제왕절개를 시도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부작용 등 정확한 정보 없이 무조건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의학저널 랜싯에 실린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반 제왕절개 비율이 12%에 머물렀지만 2015년에는 21%로 나타나는 등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들이 기록적으로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태아의 스트레스나 산모의 출혈 등이 발생해 의학적으로 제왕절개를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비율이 10~15%인 것을 감안하면,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음에도 사회·경제적 이유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가 늘고 있는 셈이다.

국가별로 보면 이집트와 도미니카공화국 산모의 63%와 58%가 제왕절개를 선택했고, 브라질에서도 절반 이상이 수술로 아이를 낳았다.

영국도 의학적 제왕절개 비율보다 높은 26%를 기록했고, 한국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강보험 청구 기준 2017년 아이를 낳은 35만8285명의 임산부 중 45%(16만1325명)가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의학적으로 제왕절개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데도 제왕절개를 시행할 경우의 각종 부작용에 대해 산모는 물론 가족, 더 나아가 의료진들까지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런던 킹스칼리지대학교의 제인 샌덜 교수는 "(제왕절개를 한) 산모는 다음번에 아이를 낳을 때 조산 위험, 자궁 파열이나 태반이 자궁의 잘못된 부위에 유착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은 산후출혈이나 자궁적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구진이 참조한 논문에 따르면 제왕절개 전력이 없는 산모들은 2만5000분의 1의 확률로 자궁적출이 발생하지만 제왕절개를 3번 이상 한 산모는 20명 중 1명이 자궁적출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마취로 인한 다리의 혈전, 감염 위험 등이 제왕절개를 한 산모의 위험요소라고 보고서는 지적했고, 아이의 면역체계 발달이나 장내 미생물 구성 등에 영향을 줘 비만이나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이런 위험요인들은 일반적으로 낮은 편이고 어디에서 수술을 시행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제왕절개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수술을 선택하는 산모들이 늘고 있는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산과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접하지 못해 산모들이 자연분만을 더욱 고통스럽게 여기거나 제왕절개를 편하게 생각해 자연분만을 기피하려는 의료진의 태도 등 의학적이지 않은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샌덜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분만의 고통을 두려워하거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왕절개를 선택한다"며 "의료진이 자연분만에 대한 두려움을 경감할 수 있는 정보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또 분만 후 성생활에 지장을 받을 것이라거나 제왕절개가 보다 안전하다는 생각 등이 인위적으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많은 의료진이 제왕절개에 익숙해지게 된 반면 골반위분만(테아의 엉덩이·다리부터 나오는 것) 등을 실시하는 것을 꺼리는 등 의사들의 인식 변화도 제왕절개가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립조산사학회의 맨디 포레스터는 "제왕절개의 장단기 효과에 대해 산모들이 명확히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며 "조산사가 산모 옆에서 각종 정보를 알려주거나 산모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과 관련해 대화하는 환경을 만드는 등의 방안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