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악마의 소굴로 아이를 보냈다." 8일 서울 도봉구 소재 장애인 특수교육기관인 서울 인강학교 체육관에 무거운 침묵과 함께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는 울음 소리가 가득했다.

시작은 4일 가 단독 보도한 ''폭행과 조롱'…서울 인강학교 장애학생들은 두 번 운다' 제하의 기사다.

는 3개월에 걸친 밀착 보도를 통해 서울 인강학교에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이 장애 학생을 상습적으로 구타한 사실을 세상에 공개했다.

'야누스의 얼굴'을 한 서울 인강학교의 민낯을 본 피해 학생의 부모들은 한 맺힌 목소리로 서울 인강학교를 '악마의 소굴'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인강학교를 찾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태화 병무청 차장, 김종호 서울지방병무청장 등은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및 재발 방지, 관련자 처벌을 약속했다.

하지만 '악마의 소굴'에서 또 다시 생각지도 못 한 광경을 목격했다.

십여 명의 아이들이 유 부총리 등이 돌아간 뒤 교사들의 인솔 아래 다시 학교로 향하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취재진에게 "전체 127명 중 34명이 출석했다.조손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의 아이"라면서 "등교를 거부한 나머지 3분의 2도 갈 곳이 없다.폭행 여파로 아이들이 예민해져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복지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학부모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교육 수장과 언론 등이 모두 문제라고 하며 떠난 그 자리로 아이들은 다시 돌아온 셈이다.

아이를 '악마의 소굴'로 다시 밀어 넣을 수밖에 없는 부모들은 어떤 속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제2, 제3의 폭행 피해자를 막기 위해 서울 인강학교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나가라'는 재단과 '못 나간다' 교사들의 이상한 싸움 서울 인강학교는 사회복지법인 인강원을 모태로 발달장애학생의 교육을 위해 1971년 개교한 특수학교다.

서울 인강학교는 2013년 '서울 판 도가니'로 불리는 '인강재단 비리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사건은 인강재단 산하 장애인 거주 시설인 송전원 내부 직원의 고발로 시작됐다.

비리 고발 서류를 보면 재단 운영진이 보조금을 유용하고 횡령하는 한편 장애인 대상 인권 침해를 일삼았다.

결국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와 국가인권위원회 합동조사가 실시했다.

조사 결과 재단 내 거주 장애인 학대와 폭행 및 장애수당·보호작업급여·인건비·재단 운영비 등 10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비리 관련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고, 2015년부터 외부에서 영입한 공익 이사가 이사장으로 현재까지 인강재단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학교 교장과 교감은 채용비리 혐의로 직위 해제돼 현재 직무대행이 학교장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승헌 서울 인강학교 이사장은 와 대화에서 인강학교 정상화를 위해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힘주어 말하며 "잘 싸워야죠"라고 강조했다.

그는 "6~7월 (폭행 등) 문제를 확인하고 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는데 교사들의 민원 제기로 감사 과정에서 비위 행위가 다뤄지지 않았다"며 "8일 교육청에 재감사를 요청했고, 교사에 의한 폭행 사례가 없는지 서울장애인인권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단순히 관리자 몇 명을 교체하는 것보다 학교를 공립화 할 필요가 있다"면서 "서울시에 학교 부지 등을 기부체납하는 방식으로 공립화를 추진할 예정이다.이미 이사회 승인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 발언을 듣고 있던 한 학부모는 "전체 40여 명의 교사 중 31명의 교사가 똘똘 뭉쳐 인적 쇄신과 학교의 변화를 막고 있다.교사에 대한 징계 결정에 반대하거나 집단 행동으로 딴지를 걸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교사들이 아이들의 교육보다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더 열중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표면적으로 사회복무요원의 장애 학생 구타가 문제로 드러났지만, 이면엔 재단의 비정상적인 운영과 무능 그리고 학교와 일부 교사들의 이기적인 행태와 축소·은폐 시도 등이 보호 받아 마땅한 발달장애 학생들을 참혹한 폭력 앞으로 몰아 세운 셈이다.◆"감사 어렵다"는 조희연 교육감, "선별했다"는 병무청"착한 공익(사회복무요원)들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서울 인강학교 교사들이 폭행 피해를 입은 학부모들에게 한 말이다.

여기서 '착하다'는 부분은 논쟁의 소지가 있다.

피해 학부모들은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그것도 아이들이 자주 자해하는 부위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때린 공익을 과연 착하다고 할 수 있냐"면서 "교사들에게 '착한 공익'은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쥐 죽은 듯 가만히 있게 만드는 공익"이라고 성토했다.

학부모들은 한 목소리로 교사들이 특수교육에 적합한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혹 아이의 약을 챙겨 학교에 오면 선생님과 눈을 맞추기가 민망할 정도다"며 "불을 끈 채 아이들을 재우는 교실이 태반이고, 의미 없는 영상만 틀어준 채 선생님들은 휴대전화만 만지작 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등 학교지만 교육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인강학교 교사들의 자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관리 감독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은 현실적 어려움만 토로했다.

8일 피해 학부모와 간담회에 참석한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인강학교처럼 사립재단법인인 경우 교육청 차원의 감사가 쉽지 않다"며 "학부모 및 관계자들의 많은 제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증거 수집과 양심적 내부고발자 없이는 사립재단법인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밀도 있는 감독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 인강학교에는 13명의 사회복무요원이 복무 중이다.

이들은 장애학생들의 등교와 수업을 돕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13명 모두 사회복지 관련 전공자가 아니다.

김태화 병무청 차장은 "특수학교에는 복지 관련 전공자를 우선 배치하는 등 우수한 자원을 배정하고 있는데 직무교육이 미흡했다"며 "직무교육을 보강하고 요원들을 관리하는 복무지도관도 계속 확충하는 한편 공익신고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병무청은 교육부와 함께 서울 인강학교 재학생 127명의 피해 여부를 전수조사하는 한편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전국 특수학교 150곳의 실태도 전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현재 특수학교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은 모두 1460명이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의 직무교육 강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보기 어렵다.

한 학부모는 "군 복무를 대신해서 오는 사회복무요원에게서 특수교육에 적합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교사의 역량 강화와 특수교육실무사들이 사회복무요원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8일 폭행사건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사회복무요원을 대체할 보조인력 지원 방안을 내놨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12월28일 겨울방학 전까지 5명 내외의 특수교육실무사를 서울 인강학교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사회복무요원을 대신해 특수교육실무사를 쓸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보조인력 계획안을 보면 5명의 특수교육실무사를 활용하는데 모두 3억 9000만 원 이내의 돈이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인강학교 예산으로 선집행 한 후 부족분은 교육청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제2, 제3의 서울인강학교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재원 확보를 통한 특수교육의 질적 개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