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면 발언에 전전긍긍 / 반대단체, 입지 선정 등 조사 요구 / “정당한 절차 거쳐 건설…” 속앓이 / “실행 땐 해군 막다른 골목에 몰려”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제주민군복합항(제주 해군기지) 반대 시위로 사법 처리된 사람들에 대해 법원 확정판결 이후 사면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해군 내부에서는 "진상조사가 언급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박근혜정부가 해군기지 건설 반대 단체 등에 청구한 34억여원의 구상권 철회, 사법처리 대상자 사면,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사업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정부는 강정마을 주민 116명과 5개 단체를 대상으로 2016년 3월 해군이 청구한 34억여원의 구상권 소송을 철회했다.

기지 건설이 14개월 넘게 지연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 손실 275억원은 모두 정부가 떠안았다.

민사소송인 구상권 청구는 정부의 취하로 마무리됐으나 기지 건설 반대 시위 과정에서 사법 처리된 강정마을 주민들과 반대 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사면은 형사재판이라는 측면에서 절차가 복잡하다.

2007~2017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과 관련해 형사 처분을 받거나 재판에 계류 중인 인원은 611명이다.

대통령의 사면 검토 발언에 해군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속앓이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기지 건설을 진행했음에도 과도한 공권력을 동원했다는 일부 지역주민과 반대 단체 주장에 밀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은) 사법처리 절차가 모두 끝나면 사면복권을 추진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국제관함식을 전후로 반대 단체들의 시위 수준이 지나쳤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지 반대 단체 활동가들은 사면복권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기지 건설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까지 요구해왔다"며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방문했을 때 이들이 함께 있었다면 진상조사도 거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정마을회는 지난달 문 대통령에 대한 호소문에서 "빠른 시일내에 해군과 경찰이 강정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이뤄졌던 인권침해와 공권력 남용, 갈등조장과 공동체 파괴 작업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후속조치를 시행할 것을 천명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진상조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해군이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던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