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부른 종교 분열러시아정교회가 전 세계 정교회를 상대로 영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와의 모든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정치적 갈등 속에 기독교 일파인 정교회(동방정교회)가 심각한 내홍으로 빠져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정교회는 전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주교회의를 열고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우크라이나아정교회 독립 인정은 불법이라며 모든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6일 "우리는 러시아정교회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관계 전개를 큰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정교회의 모든 이익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정교회의 결정에 실망하면서 "러시아정교회 주교회의 결정은 자기 고립의 길"이라며 "러시아 세속 권력과 교회 지도부의 그같은 반응은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줄 뿐"이라며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 독립 노선을 옹호했다.

전 세계에 약 3억 명의 신자가 있는 정교회는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위계조직인 가톨릭과 달리, 자치권을 가진 각 교회의 조합 구조다.

자치교회 수장은 모두 동등하지만, 터키 이스탄불 소재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사실상 으뜸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러시아정교회도 기존의 14개 정교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강력하다.

이번 관계 단절 선언은 지난 11일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주교회의(시노드)가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분리 독립을 공식 인정하면서 비롯됐다.

러시아정교회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자신들의 역사적 발상지로 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내 교회 다수를 관할 아래 두고 있다.

이번 단절 선언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러시아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 관계 악화를 배경으로 한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자 봉기를 지원한 게 결정적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정교회가 러시아의 확장노선을 정당화하며 자국 내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비난해 왔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는 우크라이나정교회 독립을 정치 문제로 삼기까지 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