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로열티 부담 벗어나게… 정부서 판 깔아줘야” / “4차산업 특허기술, 고국에 무상 제공”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 실리콘밸리 ‘발명왕’ 김문주(69) 박사의 원천 특허기술이다.

이 기술로 4차 산업혁명기 한국에 기여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김 박사는 이를 ‘길목 특허’라고 불렀다.

"한국이 인텔칩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멀티코어칩, 즉 시스템온칩(SoC) 기술에선 길목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하드웨어 혁신’으로 본다.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은 빅데이터 등을 이용할 슈퍼컴퓨터와 같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 혁신을 전제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박사가 일찌감치 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낸 이유다.

김 박사는 "결국 4차 산업혁명의 경쟁은 이를 가능케 하는 SoC의 기술적 이슈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김 박사에게 인사하러 온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한국이 김 박사님의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면 글로벌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특허 원천기술이 무엇인가."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이다.CPU와 GPU, FPGA(설계가능 논리 소자와 프로그래밍 가능 내부선이 포함된 반도체 소자) 등을 칩 하나에 넣어 작동하도록 하는 시스템온칩(SoC) 기술로 2013년 특허를 냈다.이미 글로벌 IT기업들도 이후 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으로 가고 있다.때가 온 것이다.이 기술로 4차 산업혁명기 한국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김 박사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퀄컴(미국 무선통신 연구·개발기업) 등에 해마다 내는 로열티(특허사용료)가 대략 20억달러(2조원)에 달하는 걸로 안다"면서 "언제까지 외국 원천기술에 매여 살 것인가"라고 말했다.

CPU(Central Processing Unit·중앙처리장치)란 컴퓨터 정중앙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치로,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며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3D그래픽 연산 전용 프로세서로 CPU를 돕는 장치다.―멀티칩은 이전에도 있던 것 아닌가."칩과 칩을 연결한 멀티칩이나 칩 안에 한 종류의 코어를 연결한 멀티칩은 있었다.내 특허기술은 한 개의 칩 안에서 CPU와 GPU, FPGA 등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코어들을 연결해 작동케 하는 기술이다.이로써 속도 등 기능이 6∼7배 향상된다.비용 절감은 물론이다."―정부가 뭘 하면 되나."미국이나 중국처럼 정부가 판을 까는 게 중요하다.민간에서 ‘우리가 하겠다’는 제안이 있지만 보류해뒀다.정부 주도 사업이 되어야 공유성이 확보된다.특정 기업에 속할 거냐, 다수 기업에 전파할 거냐의 문제다.정부가 주도해서 기술을 확보하고 다수 기업에 전파해 그들이 4차 산업의 새로운 선수로 뛸 수 있게 해줘야 한다.4차 산업혁명에선 한국 기업들도 비싼 로열티에 얽매이지 않고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나."―어차피 CPU, GPU는 계속 로열티를 물어야 하는 원천기술 아닌가."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의 관건은 패키징, 즉 포장기술이다.정부에서 멀티칩 베이스 기술을 만들어주면 관련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CPU 코어 몇 개, GPU 코어 몇 개, 이런 식으로 필요에 따라 패키징해서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이 기술은 한국도 상당한 수준에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이 아직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그렇게 패키징 플랫폼 사업자가 주도권을 쥐게 되면 CPU는 단순 부품에 불과하게 된다.인텔을 비롯한 20여 CPU 생산자를 대상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가격경쟁을 시켜 싼 거 갖다 쓰면 된다.주도권을 플랫폼 사업자가 갖게 되는 것이고, 이 단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퀄컴은 통신이니까 스마트폰 로열티 부담은 계속 갈 수밖에 없지만 다른 4차 산업 핵심 기술은 외국 칩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이미 많이 늦었다"고 절박감을 호소했다.

아울러 중국 견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무서울 정도로 빨리 움직인다.이제는 한국도 중국을 견제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중국은 2013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만든 데 이어 2016년 그거보다 세 배 더 빠른 슈퍼컴퓨터를 만들었으며, 작년에 다시 그거보다 100배 더 빠른 슈퍼컴퓨터를 2020년까지 만들겠다고 선포한 상황이다.

김 박사는 "현재로선 슈퍼컴퓨터는 중국이 미국을 압도한다"고 말했다.―특허기술로 한국에 특혜를 주는 셈인가."당연히 그렇다.그냥 갖다 쓰라는 거다." 김창섭 교수는 "핵심은 보유 특허기술만이 아니라 김 박사의 연구역량"이라며 "김 박사의 제안은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라파고스화한 한국사회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메모리반도체에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른 길을 제시한 분은 김 박사뿐"이라고 말했다.―한국사회가 갈라파고스화했다니 무슨 말인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SoC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과감하게 독자개발 시도 자체를 못한다.메모리만으로는 미래가 명확하게 한계가 있음에도 다른 선택을 할 기술혁신 역량이 안 되기 때문에 그들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현재로서는 두 기업 모두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벗어나면 힘들다.인텔이나 구글은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에 쓰는 돈이 엄청나다.한국 기업이 그만한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그들을 능가하기는 어렵다.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정부도, 기업도 아는 사실이다."―갈라파고스화했다면 이유가 뭔가."중국, 인도, 이스라엘, 대만 같은 나라는 실리콘밸리에 성공적으로 현지화해 본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그들은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에 직접 참여해 자본차익뿐 아니라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형성해 개발, 생산, 수출, 서비스 등 본국 일자리 창출과 직접 연결시킨다.현재 실리콘밸리 내 자본 중 30% 정도가 중국계 투자로 추정된다.반면 한국은 모태펀드를 비롯해 많은 정부 기관들이 실리콘밸리에 주재하지만 실리콘밸리 네트워크 밖에서 주로 활동한다.이너(inner) 네트워크에 접근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도 IT강국 아닌가.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반도체로 돈 벌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라이선스비가 엄청나다.한국 IT산업은 지금 위기다.실리콘밸리에 제대로 진출한 기업도 삼성과 하이닉스뿐이다.외국 사정은 판이하다.EU(유럽연합)는 거기에 아예 대사를 뒀다.이스라엘은 공무원이 나와 있다.중국, 인도는 자기 나라처럼 왔다 갔다 한다.수많은 일자리를 우린 놓치고 있는 것이다.한국엔 실리콘밸리를 안다는 전문가는 너무 많은데 실제 내용을 아는 이는 극소수다."김 박사의 답변을 받아 김 교수가 부연했다.

"우리사회는 실리 콘밸리에 가서 살았거나 투자받으면 전문가가 되는 식이다.실리콘밸리의 핵심 네트워크 접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 모든 게 연결되면 정보보안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은데."매우 중요한 문제다.AI를 쓰게 되면 뭐가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모른다.중국 화웨이가 지금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는 것도 정보 유출 때문이다.페이스북도 5000만 유저 정보를 누가 훔쳐갔는데 몰랐잖은가. 4차산업은 결국 정보싸움이다.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그런데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다 빼가는데. 중국, 미국이 한국을 가만둘 거 같나. 다 빼간다."김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의 정보 유출 문제는 국가안보 문제로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해법이 없나."이것도 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으로 방지할 수 있다.멀티코어칩에 ‘데이터 디텍션서킷’을 하나만 집어넣으면 된다.길목 특허를 갖고 있으니 한국에 맞도록 생산해 쓰면 한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김문주 박사는… △1949년 서울 인사동 출생 △고교 졸업 후 미국 유학 △뉴저지 공대, 시러큐스대, 뉴욕 빙햄턴 왓슨 공대서 전자공학, 컴퓨터아키텍처 전공 △1981년 IBM입사 △IBM 수석엔지니어, IBM 마스터 인벤터(발명왕) 타이틀 획득 △2009년 IBM 퇴사 후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컨설턴트, 실리콘밸리 비즈니스스쿨 교수 등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