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는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공간이 있다.

삼성전자·서울대학교의 공동연구소 내 'C랩'이 바로 그곳이다.

C랩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구현을 지원하고자 지난 2012년 12월 만들어진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말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삼성전자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C랩에 참여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관리'의 삼성이 아닌 '창의'의 삼성을 지향한다.

이런 C랩이 최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 육성 프로그램 성격이 짙은 C랩을 외부로 확장하기로 했다.

C랩이 삼성전자·서울대학교 공동연구소에 입주한 이유도 외부와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년간의 C랩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향후 5년 동안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본격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을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강화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점차 회사 밖으로 확장되는 삼성전자 'C랩'"마음껏 발산하고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17일 삼성전자·서울대학교 공동연구소에서 만난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상무)은 C랩의 출발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삼성'이라는 조직 문화를 바꾸겠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접근했다는 뜻이다.

이 상무는 "솔직히 삼성전자 부서 내에서 한 임직원 개인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하기란 쉽지 않았다.그래서 C랩과 같은 프로그램이 꼭 필요했다"며 "C랩이 만들어진 이후 많은 임직원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했다.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내 '도전하는 문화'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이날 삼성전자 C랩에 지원한 스타트업 가운데 일부가 성과를 내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사업화 단계까지 이어진 '삼성 플립'과 '삼성페이 카드 추천 기능'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제시했다.

현재 C랩은 총 228개의 과제를 완료했고 이 중 78개가 사내에서 활용됐다.

법인을 설립해 분사하는 스핀오프 기업도 34개에 달한다.

34개 스핀오프 중 가장 선도적인 기업으로는 AI 기반 피부 분석 솔루션 업체 '룰루랩'과 웨어러블 360도 카메라를 개발한 '링크플로우' 등이 꼽힌다.

이달 말에는 C랩에서 지원받은 2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이 탄생한다.

고정식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동식 전기차 충전 장치를 만든 '에바'와 전신마취 수술 후 폐합병증을 예방하는 호흡재활운동 솔루션을 개발한 '숨쉬 고(GO)'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성과에 자신감을 얻어 '도전하는 문화'를 외부로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5년간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500개 중 300개는 사외 스타트업으로 구성한다.

삼성전자는 그 일환으로 올해 지원할 사외 스타트업 신규 과제 15개를 선발했다.

15개 외부 스타트업은 공모전에 지원한 331개 스타트업 중 인공지능(AI)·헬스·가상현실(VR)·증강현실(AR)·핀테크·로봇·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됐다.

대학생 창업팀도 2곳 포함됐다.

선발된 회사는 다음 달부터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 마련된 보육 공간에 1년간 무상 입주한다.

캠퍼스 내 회의실과 임직원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 개발 지원금 최대 1억 원 디자인·기술·특허·세무 등 창업을 위한 사내외 전문가 멘토링 CES·MWC 등 해외 IT전시회 참가 기회 등을 지원받는다.

이 상무는 "지난 6년간 쌓은 C랩의 경험과 노하우를 외부로 개방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선발 스타트업으로 선발된 서울대학교 재학생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는 "'두브레인'은 AI 기반으로 유아 인지발달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솔루션을 개발한다.향후 삼성전자 AI 연구팀과의 개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 아이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삼성전자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스타트업 육성 앞장…"많은 일자리 창출될 것"삼성전자는 C랩을 통한 사외 스타트업 지원을 계획하면서 사업 협력이 가능한 2~3년 차 스타트업 외에도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예비 창업자, 1년 미만 신생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통해 5년 동안 100개의 스타트업을 키워낼 예정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과제를 본격 육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C랩 과제에서 독립해 스타트업으로 발전한 34곳에서 약 170명의 고용이 창출된 바 있다.

이 상무는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의 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삼성전자의 역할은 C랩 프로그램을 우리 사회로 확대해 스타트업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향후 이러한 C랩을 통해 많은 스타트업이 25명, 50명, 100명, 나아가 1000명 단위의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기존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서도 200개 스타트업을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지원할 예정이었던 육성 사업을 오는 2020년까지 3년 더 연장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41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