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서 ‘한반도 특별미사’ 후 연설 / “한반도서 역사적 변화 일어나고 있어…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 꼭 해체할 것” / 교황청, 기도 통해 남북 민족 화해 소망 / 성 베드로성당서 첫 연설… TV 중계도 / 文, 로마에서 伊 콘테 총리와 정상회담 / 양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합의’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교황청 수교 55주년을 맞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성 베드로 대성당 기념연설에서 "교황 성하께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국은)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면서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오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며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수도인 교황청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가 끝난 후 이뤄졌다.

교황청은 고 김대중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 순방지에 항상 포함됐지만 대통령이 연설까지 한 것은 처음이다.

또 교황청 총리인 국무원장이 직접 정상 방문국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외국 정상이 기념연설까지 한 건 교황청 오랜 역사에서도 매우 이례적이어서 현지 방송 다수가 생중계했을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기독교와 유럽 문명이 꽃피운 인류애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반도에 용기를 주었다.유럽연합이 구현해 온 포용과 연대의 정신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영감을 주고 있다"며 "시편의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하게 하느님 말씀과 직접 만나 교회가 시작되었다.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 주었다"며 "저 자신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사에는 교황청 주요 인사와 외교단, 한인 신부와 수녀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다시 한 번 하느님께 온 세상을 위한 평화의 선물을 간청하고자 합니다.특별히 오랫동안 긴장과 분열을 겪은 한반도에도 평화라는 단어가 충만히 울려 퍼지도록 기도로 간구합니다"라고 기도했다.

그는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용서의 길은 가능해지고, 민족들 가운데에서 형제애를 선택함은 구체적인 것이 되며, 평화는 세계 공동체를 이루는 주체들이 공유하는 전망이 됩니다"라고 한민족 화해를 소망했다.

교황청은 파롤린 국무원장 강론뿐만 아니라 미사 내내 말씀전례와 기도 등을 통해 "하느님께서 너희를 흩어 버리신 모든 민족들에게서 너희를 다시 모아들이실 것", "분단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 등을 강조하며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상 최초로 우리 대통령 참석하에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특별미사를 교황청이 개최했다는 점에서 의미와 상징성이 크며, 세계 여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황청으로부터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청 방문에 앞서 이탈리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의 회담 및 오찬, 주세페 콘테 총리와 정상회담도 했다.

콘테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차관급 전략대화와 산업에너지협력전략회의를 신설해 내년에 개최하기로 했다.

로마=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