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금융당국이 기관의 무차입공매도에 대해 강력히 제재하는 한편 개인들이 좀 더 수월하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개인들에게 공매도가 허용되더라도 기관이나 외국인과 차별이 불가피해 정책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골드만삭스의 무차입공매도 제재에 관해 늦은 시간까지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31일 예정된 다음번 증선위로 결정을 미뤘다.

결정은 유보했으나 제재 수위를 더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지난 5월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위탁받은 350여종목, 수백억원어치 주식매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매도를 진행한 20종목의 주식 대차를 하지 않아 결제 미이행 사태를 냈다.

결제를 이행하지 못한 주식 수는 총 138만7968주, 금액으로 60억원 수준이다.

금투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20억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개인의 공매도를 활성화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사진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 무차입공매도는 증권을 소유하거나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매도하고, 결제일(T+2일) 전까지 매도한 증권을 빌려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차입공매도는 매도하고자 하는 증권을 먼저 차입한 뒤, 매도하는 방식(선차입, 후매도)으로 무차입공매도의 결제불이행 위험을 방지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차입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무차입공매도에 대한 제재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당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무차입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회사는 71곳이었다.

이중 69곳이 해외에 본사를 둔 외국계 회사였다.

미국 국적이 27곳으로 가장 많았고 홍콩(13곳), 영국(11곳)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제재를 받은 71곳 중 절반이 넘는 45곳은 ‘주의’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26곳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최대액수는 6000만 원에 불과했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런 논란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의 무차입공매도가 적발되면 최대 수준으로 제재하겠다"며 "공매도 관련 제재는 외국에 비해 규제가 느슨하지 않다.무차입공매는 엄중하게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징역·벌금 등 형벌 부과와 부당이득의 1.5배까지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 부과 근거를 규정하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에게 사실상 공매도가 막혀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인이 원활하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 위원장은 "기존 공매도 규제 중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을 유리하게 대우하거나 시장 투명성 확보에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도 더 쉽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예치금 담보비율을 낮추거나 빌리는 기간을 좀 더 늘려주고 공매도를 위해 거래되는 전체 주식 일정 부분을 개인투자자를 위한 몫으로 남겨놓는 정도의 대책을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공매도를 활성화한다지만 이율, 기간 등 기관·외국인과의 차별은 불가피하다"며 "공매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로 한 만큼 개인과 기관·외국인간 차이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정책의 성패"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