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관련, 초기 대응 부실 논란에 휩싸였던 소방 지휘부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자 유가족이 반발하고 있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18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이상민 전 제천소방서장과 김종희 전 지휘조사팀장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 전 서장 등이 제천 참사 당시 2층 여성 사우나에 구조 요청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구조 지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입건, 사건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2층에서는 가장 많은 2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소방합동조사단은 이 전 서장 등에 대해 신속한 초동 대응과 적정한 상황 판단으로 화재 진압 및 인명구조에 신속히 나섰어야 했는데 상황 수집과 전달에 소홀했고, 인명구조 요청에도 즉각 응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런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목격자와 피의자 진술, 화재당시 현장 CCTV 동영상을 분석, 이 전 서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당시 긴박한 화재 상황과 불길 확산 위험 속에서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불기소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알려지자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류건덕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는 "매우 유감이며 검찰이 여론의 힘에 밀려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당초부터 소방관을 처벌하라는 게 아니라 지휘관의 잘못되고 안이한 판단으로 엄청난 희생을 가져온 잘못된 행태를 처벌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반발했다.

이어 그는 "화재 등 대형 사고 발생 때 시늉만 하고 시민을 구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도 처벌하지 못하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2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검찰의 불기소 처분 등에 대응할 방침이다.

앞서 유가족 대책위는 제천 화재 참사 발생 300일을 맞은 지난 16일 이들 소방지휘관의 책임을 물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화재 당시 소방지휘관들의 무능하고 안이한 대처로 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도 있었을 생명이 오지 못하고 허망하게 떠나갔다.하지만 이들은 기소되지 않고 있다.화마와 맞서 목숨을 걸고 희생하는 일선 소방관을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무능한 지휘관들의 책임을 물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오후 605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제천=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