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 개정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회의원 A씨.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그는 항소했다.

선거법상 유죄 판결을 받고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박탈당해 향후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만큼 어떻게든 무죄 판결을 받아내거나 형량을 줄여야 했다.

A씨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재판부는 애초 올해 2월12일 선고할 예정이었다.

법관 정기인사에 따라 재판장인 부장판사가 곧 다른 법원으로 이동할 것이 확실한 만큼 그 전에 선고를 단행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A씨는 선고기일에 개인 사정을 내세워 법정에 불출석하는 등 형태로 최대한 시간을 끌었고, 재판장은 결국 인사 단행일에 맞춰 다른 법원으로 전보됐다.◆정기인사로 판사 교체되기만 기다리는 피고인들새로 꾸려진 재판부는 불가피하게 선고를 연기했다.

그리고 ‘담당 판사가 바뀌었으니 사건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변론을 재개했다.

그로부터 2개월가량 지난 올해 4월26일 서울고법은 A씨에게 1심보다는 줄어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고, A씨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판사 정기인사가 해마다 2월쯤 단행되는 만큼 주요 사건 선고가 연초인 1∼2월에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법관이 인사로 다른 법원으로 옮기기 전에 가급적 그동안 맡아 심리해 온 사건들의 결론을 내려 하기 때문이다.

A씨 사례에서 보듯 전임 판사가 마무리짓지 못하고 떠난 뒤 남은 미제사건들을 담당하게 된 후임 법관은 아무래도 변론을 재개해 사건을 좀 더 ‘공부’한 뒤 선고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자연히 법원 인사철을 전후해 선고가 연기되거나 변론이 재개되는 사건이 늘어나곤 한다.

◆대법관 임기 6년… 대법원 재판부도 수시로 변경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경우는 어떨까. 대법원은 대법원장 1명과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모두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재판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사건 재판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3개 소부(小部)에서 심리하고 판결을 선고한다.

대법관은 임기가 6년으로 고정된 만큼 취임 후 6년이 지나 퇴임하면 후임 대법관이 부임해 사건을 넘겨받는다.

그럼 대법원도 대법관이 바뀌면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해야 할까. 새로 재판부에 들어온 ‘신참’ 대법관이 사건을 공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대법관이 무슨 ‘신(神)’이 아니고서야 취임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산더미처럼 쌓인 사건기록을 단번에 꿰뚫어 올바른 결론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재판을 받는 사람도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새로 임명된 대법관이 차분히 자신의 사건기록을 살펴보는 쪽을 더 선호할 법하다.◆"대법관 바뀌어도 대법원 재판은 그대로 진행돼"실제로 대법원에서 변론을 연 이후 대법관 교체 등으로 재판부 구성에 변동이 생긴 경우 새로 임명된 대법관이 사건을 숙지할 수 있도록 변론을 다시 열어야 하는지, 아니면 변론 재개 없이 그냥 선고를 할 수 있는지를 놓고서 그간 법조계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은 최근 규칙을 고쳐 새로 임명된 대법관이 변론 재개 없이 합의와 판결에 관여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판사가 바뀌면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하는 것이 보통인 하급심과 현격한 차이를 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변론을 진행한 후 판결 선고 전에 재판부 구성에 변동이 있는 경우 대법원은 법률 심이자 사후심이고, 상고심 변론 절차는 보충적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임의적 절차에 불과하므로 하급심과 같은 변론 갱신은 불필요하다"며 "변론에 관여하지 않은 대법관도 합의에 관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