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국토부 중재에도 팽팽한 입장차"카카오를 박살 내자"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택시노조 4개 단체 6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한목소리로 이같이 외쳤다.

이들은 모바일 앱을 이용해 자가용을 나눠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가 택시 생존권을 짓밟는다며 24시간 운행정지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연내 서비스 출시 계획도 틀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만 해도 올해 안 출시를 장담했지만 지난 16일 카풀 운전자 모집 계획을 발표한 직후 택시업계의 반발을 맞닥뜨리자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지금으로선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들은 뒤 출시할 계획"이라며 기류 변화를 암시했다.

택시 업계와 카카오 모두 극한 대립이 길어질수록 손해만 커진다는 사실을 알지만 입장차는 좁혀질 기미가 없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에 양쪽이 한 발짝씩 물러나는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그 전에 먼저 기존 제도 및 법령을 정비해야만 논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대기업 횡포" vs "자회사일 뿐"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대기업의 횡포’라고 규정하며 결사반대를 외친다.

기존 카풀앱의 경우 소규모 스타트업이 주도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미 ‘카카오택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유료운송업계의 '공룡'이 추가 서비스를 내놓을 경우 밥벌이가 위험해질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전국민주택시노조의 기우석 기획국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택시 업계 종사자와 그들의 가족까지 100만여명의 생존권이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신들은 카카오의 자회사일 뿐 대기업인 카카오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또 골목 상권 침해 의도가 다분하다는 택시업계 측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기존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통해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힘든 시간대, 장소 등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승차난이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확인했고, 카풀 서비스는 그 부족분을 채워줄 뿐 택시 업계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카풀=사실상 택시" vs "법적 검토 끝나"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이 법의 허점을 악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 때 운영할 수 있지만, 정작 출퇴근 시간대가 정확히 언제인지 명시된 바 없다.

이에 카카오 카풀이 사실상 24시간 운영되는 유사 택시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지난해 11월 기존 카풀앱인 ‘풀러스’가 이용자별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자 택시 업계가 강력 반발, 시행을 무산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법 테두리 내에서 준비 중"이라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최바다 카카오모빌리티 신사업팀장은 "기본적으로 현행법이 출퇴근 때 다른 사람을 유상 운송으로 태우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출퇴근 목적에 맞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칠 계획을 알렸다.

또 카풀 서비스는 이미 타 업체에서도 제공 중이며 정부 허가가 필요한 사업이 아닌 만큼 출시는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안전 보장 못 해" vs "까다로운 절차 거쳐야"택시 업계는 카풀 서비스가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택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면허를 허가해주지 않으면 운행할 수 없는 면허제이므로 범죄 이력 조회 등을 거쳐 운전자의 신원이 보장되지만, 카풀은 누구나 운전자로 등록할 수 있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이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자동차 등록증 등 9가지 이상의 서류로 신원을 확인하고, 자체 검수 절차를 거치면 보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카풀 승차공유 이용자모임’의 김길래 대표는 "국내에서 2년째 운행된 카풀에서 범죄는 없었다"며 "오히려 면허제로 운영되는 택시기사 성범죄는 있었다.과연 안전지대였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국토부 ‘하루 2회’ 중재에도 양측 모두 "NO"국토부가 카풀과 택시 양쪽 모두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중재안으로 합의 도출에 나섰으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중재안은 카풀 횟수를 하루 2회로 제한하고 이미 직업이 있는 사람만 기사 등록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직종 다변화, 유연근무제 확대 등으로 정부 차원에서 출퇴근 시간 범위를 정하기 어렵고, 카풀 운전자의 전업 기사화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택시 업계는 생존권 방어를 앞세워 출퇴근 시에도 카카오 카풀 허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카풀 업계도 교통 부족 해소라는 본 취지를 밀고 나갈 계획이다.‘카풀 결사반대’를 외치는 택시 업계 일각에서는 총파업에 이어 카카오택시 서비스 이용을 전면 중단하는 방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와 관련 "서비스 이용 여부는 기사님들의 선택이다.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보고, 그 불만은 저희가 아닌 택시 쪽에 가게 될 것"이라며 "여론의 호응을 받기 힘든 정책을 취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업계 간 대립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국토부가 가능한 빨리 정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해 조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법·시행령 개정 등을 논의 중이지만 조정 과정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