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은 국회 국정감사가 열리는 달이다.

각 정부부처와 마찬가지로 군 당국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는다.

충남 계룡시에 위치한 육해공군 본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 동안 각 군에서 추진했던 정책과 주요 사안들에 대해 국회의 검증이 이뤄진다.

육해공군 본부 국감은 다른 정부부처와 구별되는 부분이 있다.

각 군이 5~10년 안에 시행하고자 계획중인 첨단 전력 도입이나 부대 개편 등의 청사진이 공개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2020년대를 준비하는 각 군의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올해의 경우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이 지속됐던 지난해보다는 기조가 다소 완화됐으나 첨단 전력 도입과 부대 개편에 대한 각 군의 보고가 이어졌다.

육군은 전통적인 도보 보병부대를 없애는 백두산 호랑이 체계 구축과 모듈형 부대 개편, 해군은 합동화력함 건조와 기동함대사령부 및 2작전사령부 신설, 공군은 대형수송기와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 등을 제시했다.

◆北 대응→미래 대비로 기조 변화지난해에 특임여단과 한국형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현무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 등을 제시하며 북한 도발 억제력 구축을 강조했던 육군은 올해는 미래 군 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췄다.

육군은 18일 국감에서 보병부대 병력과 장비를 기동화, 네트워크화, 지능화하는 백두산 호랑이 체계를 2030년 모든 부대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분대에도 차륜형 장갑차와 K-200 장갑차, 소형전술차량 등이 배치돼 모든 병력이 차량을 이용하게 된다.

도보에 의한 장거리 행군은 사라진다.

전투복과 방탄복, 방탄헬멧, 수통, 조준경 등 33종의 장비로 구성된 워리어 플랫폼과 드론봇(드론+로봇) 전투체계가 구축된다.

육군은 백두산 호랑이 체계 도입을 위해 지난 5일 합동참모본부에 소요를 제기했다.

2021년까지 4개 대대 시범적용에 약 300억원, 2025년까지 시범적용부대를 4개 여단으로 확대하는데 약 2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백두산 호랑이 체계를 2030년에 모든 부대로 확대하면 약 1조2500억원이 들 것으로 육군은 예상하고 있다.

부대구조도 사단 중심의 기존 조직을 여단 중심으로 개편, 모듈형 부대구조를 도입한다.

2030년 이후에는 사단 예하에 2~5개 여단이 배치되며 여단이 독자적인 작전 수행도 가능하다.

해군은 19일 국감에서 합동화력함 건조 계획을 밝혔다.

1990년대 미 해군에서 지상공격용으로 500여대의 미사일 수직발사대를 탑재, 지상공격에 투입하려 했던 아스널쉽(Arsenal Ship)과 유사한 합동화력함은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탑재, 북한 내 전략목표를 타격하게 된다.

3개 기동전대로 편성되는 기동함대사령부도 창설된다.

이지스함과 구축함, 잠수함 등을 운용하는 기동함대사령부는 한반도 밖의 원양 작전을 수행한다.

작전사령부를 분리해 1, 2, 3함대사령부를 담당하는 1작전사령부와 기동함대사령부 및 항공사령부, 잠수함사령부를 관할하는 2작전사령부로 개편된다.

1작전사령부는 대북 위협, 2작전사령부는 잠재적 위협에 대응한다.

공군도 같은날 국감에서 C-130J보다 큰 대형 수송기를 2022년까지 전력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737과 유사한 기능을 갖는 조기경보통제기도 2025년 추가 도입된다.

장기적으로는 조인트스타즈와 비슷한 합동이동표적감시통제기와 전자전기 도입도 추진된다.◆전력증강 경쟁 점화…실현 가능성은각 군이 경쟁적으로 제시한 전력증강과 조직 개편이 실현되려면 갈 길이 멀다.

재원 마련과 정책 결정 및 조정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육군의 백두산 호랑이 체계는 얼핏 보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2030년이라는 시간을 감안하면 연간 1000억여원 수준으로 사업 진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단 예하의 연대를 여단으로 대체하는 모듈형 부대구조는 미군에서 이미 시행중인 제도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전개하는 미 육군 부대들의 경우 병력 규모나 장비 수준이 서로 차이가 있다.

미 육군은 상황에 따라 여단, 대대, 중대급 부대를 추가하거나 빼는 방식의 모듈형 부대구조를 적용, 전장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해군이 추진 의사를 밝힌 합동화력함은 구체적인 건조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념 확정→소요제기→소요확정→사업착수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실제 건조까지 10년 안팎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합동화력함은 미국의 아스널쉽보다 작은 규모로,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에 장착된 한국형 수직발사대 100~200개를 탑재해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운용한다.

해군이 공개한 상상도에 따르면, 2020년대 초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니 이지스함’ 차기구축함(KDDX, 6000t급)과 유사한 선체를 사용하지만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이나 천왕봉급 상륙함 선체를 이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합동화력함 건조가 가시화되면 찬반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백발의 미사일로 지상공격을 감행하는 합동화력함은 한반도 유사시 북한을 공격하는 작전 외에는 활용하기 어렵다.

수천개에 달하는 북한 내 전략표적 공습에는 효과적이나,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육군 유도탄사령부와의 임무 충돌 문제도 선결과제다.

설계 과정에서도 합동화력함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 전투예비용 미사일 적재 방식과 규모 등도 해결이 쉽지 않다.

미 해군도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백지화한 컨셉을 척당 1조원에 달하는 이지스함을 3척 추가건조하기로 한 해군이 합동화력함 건조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공군의 대형수송기 도입 사업은 예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으나 F-35A 스텔스 전투기, A-330MRTT 공중급유기 도입 등에 밀려 지연됐다.

공군은 2022년 대형수송기 4대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기종으로는 유럽 에어버스의 A400M이 거론된다.

2009년 12월 첫 비행을 실시한 A400M은 116명 또는 30t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C-130J와 C-17 수송기의 중간급 항공기로 최대 6400㎞를 날아간다.

에어버스는 2010년대부터 서울 에어쇼에 A400M 실물 기체를 전시, 시험비행을 실시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을 시도해왔다.

미국 보잉의 C-17은 생산이 중단됐으며, IL-76을 비롯한 러시아제 수송기는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A400M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A400M의 가격이 높아 비용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시행 결정이 내려지면 대형수송기 도입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송기는 우리 군이 요구성능(ROC)을 제시할 수 없는 분야다.

화물을 얼마나 더 많이 싣고 빠른 속도로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관건이나, 이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조기경보통제기는 2025년 2대 이상이 추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운용중인 E-737 4대 중 1대가 창정비 등으로 작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후보 기종으로는 미국 보잉의 E-737과 스웨덴 사브의 글로벌아이가 거론된다.

L-밴드대역을 사용하는 E-737은 넓은 공역을 빠르게 살필 수 있으며, S-밴드대역을 쓰는 글로벌아이는 가까운 곳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글로벌아이는 우리나라와 호주, 터키 등에서 운용중인 E-737과 달리 후발주자인데다 아랍에미리트(UAE)외에는 도입국가가 없다.

하지만 해상과 지상 감시도 가능하고, 조기경보통제기 도입 사업이 본격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잉과 사브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