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막바지… 들끓는 “수시 축소” 여론"처음에 의혹이 불거지고 나서도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네요…."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이모(46·여)씨는 최근 경찰이 ‘숙명여고 시험문제·답안지 유출 의혹’ 수사에서 물증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같이 털어놨다.

이씨는 "강남에 있는 학교는 내신 관리가 철저한 편일텐데도 이런 일이 생긴 걸 보면 학부모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숙명여고 문제 유출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고교 내신의 신뢰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았던 데 이어 이른바 ‘강남 8학군’의 명문학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자 ‘내신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사그라드는 듯했던 ‘대학입시 수시모집 비중 축소·정시 비중 확대’ 목소리에도 다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번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의 여파가 정부의 향후 대입정책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교무부장 父가 문제 유출한 증거 나왔다"20일 경찰에 따르면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 학교 전 교무부장 A씨와 쌍둥이 딸의 휴대전화 등을 분석한 결과 A씨가 두 딸에게 시험에 관해 알려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참고인 신분이던 A씨의 두 딸도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이로써 이 사건 피의자는 A씨와 두 딸, 숙명여고 전 교장·교감, 정기고사 담당 교사 등 6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쌍둥이 딸의 2학기 중간고사 성적도 이전 성적과 비교해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추가 조사가 필요한 이들을 불러 조사한 뒤 이르면 이달 안에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숙명여고 문제 유출 의혹은 지난해 1학년 1학기에 각각 문·이과 전교 59등·121등이던 A씨의 두 딸이 2학기에 전교 2·5등으로 성적이 급상승했고, 올해 1학기에 나란히 문·이과 1등을 차지하면서 불거졌다.

교무부장인 A씨가 시험문제 검토·결재라인에 있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운 요인이다.◆잇따르는 내신비리, 높아진 수시 비중 탓?시험문제 유출 사건은 비단 숙명여고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전남 목포시의 한 고교에서는 2학기 중간고사 영어 시험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한 학생이 교사연구실에서 시험지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학기 광주의 한 고교에서는 학교 행정실장이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학부모의 부탁으로 1학기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통째로 빼돌렸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한 외국어고에서 교사가 학교 인근 학원 원장과 공모해 시험문제를 유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내신비리가 잇따르는 원인으로 70%를 웃도는 현행 대입 수시 비중이 거론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시 모집인원은 25만8920명으로 전체의 74.0%를 차지했다.

올해 대입에서는 76.2%까지 늘었다.

내신이 중요한 수시 특성상 비리가 생길 여지도 크다는 것이다.◆거세지는 비판… 당국 대책에도 우려 계속경찰 수사에서 A씨가 딸들에게 문제를 유출한 물증이 발견되면서 학생·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잖아도 내신을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비교적 내신관리가 엄격하다고 알려진 강남의 고교에서까지 이런 일이 생기면서 사회적 충격이 컸다는 평가다.

이번 사건 관련 기사들에는 하나 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고 수시 비중을 줄여야 한다"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가 공정하다", "내신을 없애고 전국 단위 시험으로 보자"는 등의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관련 집회·시위도 잇따랐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매일 저녁 학교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전국 모든 고교의 내신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시험 출제·관리 절차를 규정한 학업성적관리지침을 강화하는 한편,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상피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70%가 넘는 수시 비중과 치열한 내신 경쟁이 계속되면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