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이번에는 경찰의 초동대응 미흡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이 1차 출동 시 피의자를 연행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면 21살의 젊은 청년이 숨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경찰은 살해 협박이나 흉기가 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을 체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토로한다.

일각에서는 경찰직무집행법 등 관련법이 경찰의 적극적인 현장 대처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 피의자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오후 5시30분 기준 68만명을 넘어섰다.

피해자 신모(21)씨의 아버지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을 귀가시키든 지구대로 데려가든 충분히 안정을 시킬 수 있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신씨 아버지에 동조하며 경찰의 1차 대처를 비난하는 글이 업로드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1차 출동 때 피의자 김모(30)씨가 체포할 만한 어떤 단서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살해 협박이나 흉기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씨가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고 상정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발산파출소는 지난 14일 오전 7시38분쯤 김씨 동생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 김씨 형제와 신씨가 불친절을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 체포나 임의동행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직무집행법 제3조에 따르면 불심검문 시 그 장소에서 질문하는 것이 해당인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인정될 때 경찰서나 파출소 등에 동행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임의동행을 요구받은 자는 이를 거부할 수 있는데 이때 수사기관은 동행을 강요할 수 없다.

경찰이 김씨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할 근거가 없었고 동행을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김씨가 거부하면 달리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는 얘기다.

체포는 더더욱 어렵다.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경찰이 1차 출동시 김씨와 같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상태의 시민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김씨가 현행범이어야 하는데, 김씨를 현행범으로 볼 어떤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김씨가 불심검문에서 흉기를 가진 것이 드러났을 경우 현행범으로 볼 수 있지만 김씨가 신씨에게 휘두른 흉기도 경찰 출동 후 김씨가 다시 자택에 들려 가져온 것이었다.

일선 경찰서의 한 형사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면서도 "단순 시비 사건으로 경찰이 민간인을 강제수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에서 칼을 가져와서 휘두를 가능성을 가정하고 경찰이 쫓거나 체포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향후 범죄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계속 현장에 대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