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패러다임 유입서 정착으로/장밋빛 미래만 보여주는 박람회보다/필요정보 주는 소규모 상담회 더 효과/텃세 극복·집 잘사는 법 등 노하우/귀촌 선배의 생생한 경험담 들어야/단기임대 ‘귀농인의 집’ 활용 큰 도움#1. 2016년 12월 답답한 대도시를 떠나 전북의 한 지역에 귀촌한 A씨 부부. 고요한 생활과 쾌적한 자연환경을 누리는 귀촌생활을 꿈꿨지만 꿈은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도시에서만 자란 A씨 부부는 귀농·귀촌센터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지었지만 수확은 쉽지 않았다.

농사 대신 직장에 취직하려 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결국 A씨 부부는 귀촌 1년2개월 만에 다시 살던 도시로 돌아갔다.

맑은 자연 속 웰빙을 꿈꿨지만 준비 없는 귀촌은 오히려 독이 됐다.

#2. "1년 정도 먼저 살아보고 결정할 수 있는 ‘체류형 프로그램’ 덕분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어요." 지난해 2월 전북 순창군으로 이사 온 신남주(40·여)씨는 지난 6월 집을 장만했다.

1년 넘게 임시 주거시설인 귀농인의 집에서 머무르면서 집과 이주할 동네를 물색했던 신씨는 순창군 귀농·귀촌협의회와 귀농·귀촌센터 도움으로 마음에 드는 보금자리를 찾았다.

최근에는 군 소개로 인근 초등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일을 시작했다.

신씨는 19일 "순창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이웃들과 귀농·귀촌센터 도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1년 넘게 먼저 살아보면서 경험한 시간이 귀촌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 사회적·경제적 요인과 정부의 정책 지원 등의 영향으로 귀농·귀촌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귀농·귀촌 50만시대를 맞이했다.

양적인 성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정주환경 개선과 귀농·귀촌인, 원주민 융화 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귀농·귀촌인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내실 있는 지원과 귀농·귀촌인의 꼼꼼한 준비가 성공적인 귀농·귀촌의 필수조건이라고 꼽았다.◆"유입에서 정착으로"… 백화점식 박람회보다 내실 있는 상담회 선호"여러분 집이랑 땅을 오자마자 절대 사면 안 됩니다.살아보고 결정하세요."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북도 농어촌 종합지원센터(이하 전북 지원센터)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순창군 수도권 도시민 귀농·귀촌 상담회’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한 장주언(63)씨가 33명의 참석자 앞에서 시골에서 집 사는 방법을 꼼꼼하게 알려줬다.

2014년 6월 순창군 동계면에 귀촌한 장씨는 2년 넘게 발품을 판 끝에 지금의 집을 샀다.

그는 "집 근처에 고압선·축사·레미콘 공장이 있으면 무조건 피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귀농인의 집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상담회에 참여한 변기대(60)·김선희(55·여) 부부는 "먼저 귀농·귀촌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상담회에 참여했다"며 "정책을 소개 위주의 귀농·귀촌 박람회보다는 집은 어떻게 사는지, 원주민과 갈등은 어떻게 피하는지, 농사 외에도 시골에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듣고 연락처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만족했다.

이날 상담회는 전북 지원센터와 순창군이 수도권 거주 예비 귀농·귀촌인을 위해 공동으로 준비한 행사다.

전북 지원센터는 관내 13개 시·군과 함께 전북 귀농귀촌센터 서울사무소에서 1년에 50여 차례 소규모 상담회를 연다.

각 시·군에서 1년에 4차례 상담회를 개최하는데 매번 30명 안팎의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참석해 개별 상담과 교육 등을 받는다.

최민규 전북 지원센터 귀농귀촌처장은 "전국 광역 자치단체 중 예비 귀농·귀촌인을 위해 사무실을 서울에 둔 곳은 전북도가 유일하다"며 "귀농·귀촌 패러다임이 유입에서 정착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는 백화점식 박람회보다는 실제 필요한 정보와 맞춤형 지원이 가능한 소규모 상담회가 더 효과적이다"고 평가했다.◆귀농인의 집·갈등조정기구… 귀농·귀촌인, 원주민 갈등 줄인다정부와 지자체도 귀농·귀촌인 유입보다는 정착에 초점을 두고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귀농·귀촌인과 원주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화학적 융합을 도모하는 융화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예산 비중도 늘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도 귀농·귀촌 지원 활성화 국고보조금으로 134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 55억원이 투입되는 도시민유치지원 사업 예산의 50% 이상(현행 40%)을 지역융화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고,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융화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시·군에 사업선정 가점을 부여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귀농·귀촌인의 만족도가 높은 귀농의 집도 확대한다.

귀농의 집은 농촌의 빈집을 수리하거나 소형 주택을 신축해 예비 귀농·귀촌인에게 단기(12∼18개월)로 임대하는 시설이다.

귀농의 집에 거주하는 동안 정착할 마을 주민과 교류하면서 친분을 쌓고 집을 구매할 시간도 벌 수 있어서 예비 귀농·귀촌인에게 인기가 높다.

정부는 귀농인의 집을 지난해 205개, 올해 말까지 275개, 내년에 345개로 늘리기로 했다.

강원 홍천군은 지난 3월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사이 갈등을 해결하는 현장전담해결팀과 갈등관리위원회 운영을 시작했다.

읍·면장과 귀농·귀촌 멘토가 함께 현장해결팀원으로 활동하며 귀농·귀촌인과 원주민의 갈등을 중재하고 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