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1당'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 헌재 서열은 '꼴찌'약 1개월 동안 국회 몫 재판관 3자리가 비어 제 구실을 못한 헌법재판소가 가까스로 ‘9인체제’를 완성해 본격적인 사건 심리에 나섰다.

그동안 언론 보도 등에서 국회 선출 재판관을 거론할 때 보통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추천), 이종석(자유한국당 추천), 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재판관’ 순서로 써왔다.

추천한 정당의 의석수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던 게 정식 임명과 동시에 순서가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으로 바뀌었다.

집권 여당이자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추천한 김 재판관이 헌재 입성과 동시에 서열이 ‘꼴찌’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이종석, 생일 5개월 빨라 이영진보다 '선임' 대접20일 헌재에 따르면 현직 헌재소장·재판관 총 9명의 서열은 유남석 헌재소장이 당연히 가장 높고 나머지 재판관들은 임명일자 순서로 정해진다.

임명일자가 같은 재판관들은 나이 순이다.

이 규칙에 따라 지난 2013년 임명된 서기석(65), 조용호(63) 재판관이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둘은 임명일자가 같아 나이가 두 살 더 많은 서 재판관이 선임자 대접을 받는 것이다.

이어 지난해 임명된 이선애 재판관이 4위이고 올해 들어 임명된 이석태(5위), 이은애(6위), 이종석(7위), 이영진(8위) 재판관 순이다.

마지막 9위가 바로 김 재판관이다.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과 김 재판관 3명도 임명일자가 같지만 나이에서 김 재판관이 밀렸다.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57세이고 김 재판관은 한참 어린 50세다.

참고로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1961년생으로 동갑이다.

임명일자도, 나이도 동일하니 결국 서열을 정하는데 ‘생일’까지 동원했다.

1961년 2월21일 태어난 이종석 재판관이 같은 해 7월25일 출생한 이영진 재판관보다 불과 5개월 더 ‘형님’이란 이유로 상석에 앉게 됐다.◆서열 의외로 중요… "소장 궐위시 대행이 대표적"똑같이 장관급 대우를 받고 사건 심리에서도 동등하게 한 표씩 행사하는 재판관들 사이에 서열이 무슨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느냐 여길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조계 자체가 기수와 서열을 워낙 엄격하게 따지는 보수적 풍토 위에 자리잡은 만큼 서열의 중요성을 무시하기 힘들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헌재소장 결원 시 권한대행을 누가 맡느냐다.

법규에 따르면 재판관들이 모인 회의에서 표결로 권한대행을 뽑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서열 순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나자 서열 2위이던 이정미 전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을 맡아 탄핵심판을 마무리지었다.

이 전 재판관마저 퇴임한 뒤로는 ‘서열 3위’ 김이수 전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 바통을 넘겨받았다.

헌재가 결정을 선고하거나 변론을 할 때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입장하는 순서 역시 서열에 따른다.

심판정에서도 9개의 재판관석 정중앙에 헌재소장이 앉고 나머지 자리는 서열 순으로 정해진다.

서열이 낮은 재판관일수록 헌재소장, 즉 중앙에서 떨어진 자리에 앉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