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서 '치매 아내' 수발하는 남편 역할… "고령자 인권에 관심""누구든지 나이 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그런데 고령자들이 그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 마련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았습니다."최근 사단법인 한국후견협회(협회장 소순무 변호사)에 의해 ‘세계성년후견대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이순재(사진)의 말이다.

이순재가 홍보대사를 맡은 제5회 세계성년후견대회는 오는 23∼25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한국후견협회, 대법원, 법무부의 공동 주최로 열린다.

이순재가 일반인에겐 낯선 ‘성년후견’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4월 연극 ‘사랑해요 당신’ 출연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랑해요 당신’은 평범한 어느 가정집을 배경으로 아내와 자식에게 애정을 갖고 있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퉁명스러운 남편이 아내가 치매 증세를 보이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순재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남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동안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치매를 다루는 작품이 많았습니다.사회적으로 치매가 현실화되고 일상화되는 과정 같아요. 제가 출연한 연극은 치매를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이 세상에 부부 밖에 없다는 거죠."성년후견은 치매환자나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처럼 성인이지만 의사결정을 혼자 할 수 없어 남의 도움이 꼭 필요한 이들한테 계약 체결 같은 법률업무 조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5월 학자, 교수, 변호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활동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후견협회를 창설한 바 있다.

이순재는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세계성년후견대회의 성공적인 개최 및 고령자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에 한국후견협회 소순무 협회장은 "여든이 넘어서도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왕성한 연기활동으로 온 국민의 폭넓은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후배 연기인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는 이순재씨가 흔쾌히 홍보대사를 맡아주심으로써 고령자들이 존엄하게 여생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마련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세계성년후견대회는 치매환자 등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에 대한 지원제도를 논의하는 국제포럼이다.

2010년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번 5회 대회는 ‘고령사회에서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사회통합’이란 주제로 세계 각국의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소 협회장은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나라에서 고령자 문제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라며 "그럼에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 고령자들의 존엄한 삶에 대한 논의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5회 세계성년후견대회는 각국이 고령자 문제에 대처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