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측과 ‘전범 기업’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일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결과가 오는 30일 나온다.

사건이 재차 대법원에 간 지 5년 만이다.

이 사건은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청와대 간 ‘재판 거래’ 대상이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결론이 어떻든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재판, 어떤 과정 밟아왔나‘패소→패소→파기환송→승소→기다림’이 사건 재판 진행 과정이다.

피해자들은 1·2심에서 연거푸 패소했다.

상황은 2012년 5월 뒤집혔다.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는 하급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사건을 도로 받은 서울고법은 이듬해 7월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피해자들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대법원은 피해자 측과 전범 기업 간 ‘2라운드’ 격인 재상고심 판결 선고를 여태껏 미뤄왔다.

같은 사건이고 별다른 사정 변경은 없었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런 경우 "재판이 늦어질 이유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검사는 "이럴 땐 보통 ‘심리 불속행’으로 원심판결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심리 불속행 대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해 다시 심리해보겠다는 것이다.

전원합의체는 국민 생활에 영향을 두루 미치는 중요 사건을 다룰 때 구성된다.

기존 법률을 달리 해석하고 새로운 판례를 만들 필요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재판 거래’ 의혹은 사실일까대법원이 앞서 피해자들 손을 들어줬던 자기네 판단을 뒤집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지난 사법부와 청와대 간 ‘재판 거래’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사실이라면 ‘재판 독립’을 강조해 온 법원이 헌법상 규정된 삼권분립 원칙을 앞장서서 파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정부 청와대와 사법부가 강제징용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고 있다.

강제징용 재판은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박 전 대통령에게 걸림돌이었다.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3년 12월과 2014년 10월 차한성·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서울 삼청동 공관으로 불렀다.

김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재판을 지연시켜주거나 전원합의체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 전 실장은 지난 8월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고 자백했다고 한다.

검찰은 사법부가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도입 및 법관 해외 파견처 확보 등에 청와대 지원을 바라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청와대와 접촉 등 업무를 실무선에서 총괄 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사법부를 둘러싼 40개 혐의 대부분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등 최고위층 수사를 위한 길목인 임 전 차장 조사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지난 20일 4번째로 불러 조사했다.

윗선 수사를 위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의 판단은한편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도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법부가 전범 기업 측 손을 들어준다면 일제의 만행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된다.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반대로 피해자들 손을 들어주면 일본과의 외교 마찰이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는 양국 간 과거사 논의가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끝났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미 리더십에 흠집이 난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생겼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