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세계-동물원 존폐 논란①] 동물원 둘러싼 다양한 시각들지난 1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스물네 살 북극곰 ‘통키’가 ‘고통의 세상’을 떠났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지냈던 통키는 국내에 남아있는 마지막 북극곰이었다.

지난달 18일에는 사육사의 실수로 열려있던 우리를 탈출했던 퓨마 ‘뽀롱이’가 사살됐다.

삶 내내 사육장에 갇혀있던 통키와 뽀롱이의 죽음은 동물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동물원은 꼭 필요한 걸까? 동물원의 존폐를 두고 오랫동안 찬성과 반대 입장이 충돌해왔다.

동물원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하고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동물을 돈벌이를 위한 구경거리로 전락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동물원 폐지해주세요" 국민청원 봇물뽀롱이의 죽음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이 줄을 이었다.

청원을 올린 한 글쓴이는 "야생동물을 마음대로 데려와 최대한 환경을 맞춰준다 해도 원래 살던 영역의 10000분의 1도 안 되는데... 과연 동물이 스트레스를 안 받겠는가? 동물 입장에서는 1평짜리 유리방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일 것"이라며 "야생동물이 동물원에 있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고문"이라고 역설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도 지난달 19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물원이 멸종위기종 복원이나 서식지 보전 등 연구 사업도 하고 있지만 사실 오락의 기능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며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야생동물을 감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한 자리만 빙글빙글... 동물들의 이상행동불안한 듯 철창 앞을 왔다 갔다 하는 늑대, 같은 자리에서 빙빙 도는 하이에나, 벽에 자꾸만 머리를 부딪치는 돌고래…. 동물원에 가면 자폐증의 일반적 증세로 알려진 정형행동을 반복하는 동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형행동은 정신적 장애에 의한 이상 행동이다.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어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고통-통증에 노출될 때 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정형행동을 하는 동물원의 동물은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도 이러한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능이 높은 돌고래, 유인원, 코끼리, 북극곰 등은 대표적인 동물원 부적합종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통키도 우리 안에서 계속 같은 곳을 도는 정형행동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동물 습성 고려하지 않는 열악한 사육 환경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육 환경도 비판의 대상이다.

영하 40도를 견디는 북극곰 통키는 영상 30도가 넘는 한국의 폭염을 실외 에어컨도 없이 견뎌야 했다.

사육장도 국제 기준에 턱없이 못 미쳤다.

통키가 있던 에버랜드 측은 "1970년대 건립된 통키의 거주지는 리모델링하는데 100억원의 막대한 비용과 부지가 필요하다.또 함께 거주할 북극곰도 구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 재건립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북극곰 1마리당 최소 500㎡ 공간 △이 가운데 125㎡는 반드시 흙/지푸라기/나무껍질 등으로 덮여있을 것 △내실은 최소 75㎡ △곰 1마리 추가 시 25㎡ 추가 제공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북극곰 사육 기준이다(캐나다 마니토바주의 북극곰 보호 규정을 따름).◆"그들도 고통 느끼는데..." 학대 만연한 ‘동물쇼’학대가 만연한 ‘동물쇼’도 문제로 지적된다.

동물쇼에는 주로 지능이 높은 동물들이 이용된다.

돌고래가 장애물을 수차례 뛰어넘고 수직으로 선 채 춤을 추며 오랑우탄이 사람 신발을 신고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사람들이 웃고 즐거워하는 이러한 공연 뒤엔 동물들의 끔찍한 고통이 숨어있다.

동물행동 전문가나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은 동물들이 자신들의 본성과 관련이 없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먹이를 얻어먹기 위해서나 매를 맞지 않기 위해서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전진경 이사는 2015년 ‘오랑우탄에게 자유를-Free Orang’ 프로젝트 출범 기자회견에서 "원숭이쇼 사육사로 일했던 많은 이들이 때리지 않고서는 훈련이 되지 않는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에는 조련사의 바다코끼리 학대 영상이 공개되며 해당 동물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영상 속 조련사는 바다코끼리가 말을 듣지 않자 몸통을 수차례 발로 걷어차거나 파리채로 후려치고 끝내 바다코끼리의 수염을 잡고 끌고 간다.

당시 동물원을 검찰에 고발했던 카라의 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보다 힘이 세졌다는 이유로 오랑우탄 손의 인대를 끊어버리는 일도 있었고 이 같은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폐사했다"고도 말했다.◆동물원 신고제→허가제 추진2017년 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동물원이나 수족관은 신고만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사육환경과 관리기준 등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점검제도조차 없어 처벌할 근거도 없다.

반쪽짜리 법률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지난 15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국내의)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가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고 보지만 여전히 아주 낮다"며 "독일 같은 곳은 동물학대를 거의 사람에 대한 학대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조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거센 비판 여론에 정부는 동물원 허가제 전환 등 제도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신고만으로 운영이 가능한 동물원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환경부는 이달 초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교육 위해 동물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동물에 대한 지식 교육 차원에서 동물원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입장도 있다.

동물원에서 아이들이 직접 동물을 보고 체험함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배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동물원이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보호하고 번식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생태형 동물원을 제안한다.

독일의 라이프치히 동물원이 대표적이다.

녹색당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기존에는 갇힌 우리 안의 동물을 보는 것이 동물원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생태계를 재현한 곳에서 동물들이 살도록 하고 인간은 그 동물의 삶을 잠깐 엿보러 가는 것을 동물원으로 본다.(해외의 이런 동물원들은) 동물복지도 잘 돼있다.한국도 그런 동물원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주장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