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방 참여 피해 여학생, 우울증으로 휴학"여학생이 딱 한 명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성적 농담 등 성희롱을 상습적으로 일삼은 남학생에 대한 징계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동부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강화석)는 서울 시내 한 대학에 다니는 A씨가 학교 법인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 확인 소송에서 A씨 청구를 기각했다.

A씨의 과 동기들은 입학한 뒤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사용 중인데, 이 중 여학생은 B씨 단 한 명이었다.

A씨는 이 채팅방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와 또 다른 여학생 이름을 합성한 표현을 쓰는가 하면, 성적 농담을 하면서 여학생들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평가했다.

참다못한 B씨는 지난해 "A씨 등이 성희롱했다"면서 학교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했다.

학교 측은 "성희롱 발언으로 학생 본분에 어긋난 행위"라며 A씨에게 200시간의 봉사 명령과 공개 사과문 게재란 징계를 내렸다.

이에 A씨는 "해당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는 또래 남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데다 B씨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나온 것이어서 성희롱이라 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A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이런 성희롱적 발언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A씨의 비위 행위 정도를 가볍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비위 행위로 인한 피해도 가볍지 않다"면서 "A씨가 징계 처분을 전후해 보여준 태도에 비춰 보면 개전의 정이 충분하다 보기 어렵고 이런 사정도 징계 양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B씨는 성적 굴욕감, 무기력 등에 시달리다 중등도의 우울병 에피소드란 병명을 진단받았다.

결국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휴학한 뒤 복학하지 못한 채 정기적인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A씨는 "B씨도 성희롱 발언을 했다"며 학교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씨가 이 사건 채팅방에서 성적 농담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 정도가 A씨에 비해 중하다고 볼 수 없고 채팅방의 유일한 여학생으로서 남성 중심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와 더불어 20시간의 봉사 명령과 사과문 전달이란 징계를 받고 함께 소송을 낸 또 다른 남학생 C씨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로 삼을 정도의 성희롱이라 보기 어렵다"며 C씨 손을 들어줬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