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北·美회담 속도조절 또 언급/개최시점 선거前→연말서 계속 지연/1차 때와 달리 구체 성과 도출 의지/폼페이오 “北 카운터파트 곧 訪美” /최선희·비건 실무회담은 여전히 감감/내달 선거결과 따라 대북기조 변화/장기화 땐 트럼프 열정 상실 우려/ 文 '한반도 프로세스' 제동 우려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계속 늦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정상회담 개최 시점은 당초 11월6일 중간선거 이전에서 이후로 늦춰졌고, 다시 올 연말 이전에서 내년 초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 등을 위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실무 책임자급 회담도 열리지 않고 있다.

다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달 말쯤 북한 측과 다시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선거 지원 유세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서두르지 마라"라며 "잘될 것"이라고 말해 기존의 속전속결 전략을 포기했다는 뜻을 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를 자꾸 늦추는 일차적인 이유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팀 일각에서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서둘렀다가 북한 페이스에 말려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비핵화 일정이 지연되는 사태를 감수하더라도 북한 측으로부터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 조처를 받아낸 뒤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최선희-비건 라인을 가동해 북한의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 영변 핵시설 폐쇄,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사찰 등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 실무 책임자급 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에 관한 미국의 확실한 양보를 받아내려 한다는 게 워싱턴 외교 소식통의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7일 4차 방북 당시에 김 위원장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북·미 실무 책임자급 회담 개최를 약속했음에도 북한이 이 회담을 미루는 신경전을 벌이자 미국 측이 곤혹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간 샅바 싸움으로 인해 2차 핵 담판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태를 막으려고 다시 이달 말쯤 북·미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려는 뜻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미국의소리(VOA) 방송 회견을 통해 "다다음 주에 여기에서 내 북한 측 카운터파트와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그가 다시 5차 방북을 하지는 않고, 북한 측 대표가 미국으로 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달 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재개될 때까지도 최선희-비건 라인이 가동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 실무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어서 이 실무 회담이 가동되지 않으면 정상회담도 순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가 2차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비핵화 시간표가 계속 늘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문제 해결 열정이 차갑게 식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넘겨주는 등 참패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및 2020년 대통령 선거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복잡한 지정학적 성격과 북한이 자신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는 비핵화 협상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깨달아 가면서 북한 문제를 놓고 위험한 도박을 하지 않는 쪽으로 전환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프로세스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