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먼저 제안, 비핵화 협상 기조 이어가려는 의도로 해석한·미가 오는 12월 초로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시행을 유예했다.

미 국방부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장관은 북한 문제에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고자 비질런트 에이스 시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훈련 돌입 시점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 국방부가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를 먼저 발표한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 기조를 이어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지난 7일 방북,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등에 합의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실무협상은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F-22, F-35A 등 한미 공군 전투기 200여대가 참가하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되면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5월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가 실시되자 강력하게 반발한 전례가 있다.

이번 합의로 오는 연말까지 미군 장비가 대거 전개되는 대규모 연합훈련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대신 군 당국은 기존 방식대로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도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간 지휘통제시스템 등을 활용해 미군 전투기를 투입하지 않고도 훈련 효과를 거둘 수 있는 3~4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말쯤 대안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실시될 대대급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도 예정대로 실시된다.

한편 국방부는 미 국방부가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를 발표한 직후 12시간여 만인 20일 오후에야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유예를 포함,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는 입장자료를 내 뒷북 대응 논란을 낳았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회담에서 매티스 장관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유예를 제의하자 정 장관이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조정 방안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 추가 협의를 하기로 했는데, 미 국방부에서 훈련 유예를 먼저 발표했다"며 "정 장관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 특성과 대안 등을 매티스 장관에게 설명했고, 현재 한·미 군 당국이 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대체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