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 수수료 대부분 조 회장 일가 수익검찰이 최근 약 6개월간 수사 끝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중개업체 끼워 넣기를 통한 한진가의 편법 증여가 28년간 이어져 왔다’는 취지로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서울남부지검에서 제출받은 조 회장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조 회장의 사익 추구를 위한 중개업체 A·B·C사의 설립 경위를 설명하기 앞서 조 회장 선친인 고 조중훈 전 회장이 만든 ‘브릭트레이딩’을 언급했다.

고 조 전 회장은 1990년 대한항공에 기내 면세품이나 항공기 장비 등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브릭트레이딩의 중개를 거치게 한 뒤 중개 수수료를 네 명의 아들에게 나눠줬다.

일종의 ‘통행세’인 이 중개 수수료는 물품 공급가의 3∼10%에 달했다.

검찰은 이 회사를 ‘고 조 전 회장이 대한항공과의 특수 관계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고 아들들에게 재산을 넘겨주기 위한 편법 통로’로 명명했다.

당시 대한항공 최고 경영자인 고 조 전 회장이 운영해 대한항공은 물론, 공급사들을 상대로 영업 활동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공급사들에 브릭트레이딩을 중개업체로 끼워 넣은 채 거래할 것을 요구했다.

조 회장은 2002년 선친이 숨진 뒤 이 회사 사업권을 상속받자 3차례에 걸쳐 그 후신을 만들어 가며 조 전 회장과 같은 방식을 고스란히 답습했다.

그는 2003년 금고지기 역할을 하는 원모씨에게 후신 격인 A사 설립을 지시해 2007년까지 운영하게 했다.

2006년 조 회장이 A사를 통해 종전의 브릭트레이딩 이익을 독점하는 데 반발해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민사 소송을 낼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조 회장은 원씨에게 A사 영업을 승계하되 다른 사람을 내세운 새로운 업체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원씨는 조 회장 친구 명의로 B사를 만들어 2010년까지 운영했다.

2008년 두 동생이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조정이 성립되자 조 회장은 세 자녀에게 B사 수익을 편법 증여하기로 했다.

B사 사업주를 세 자녀로 바꾸란 지시를 받은 원씨는 2010년 C사를 차려 올해 5월까지 운영했다.

A·B·C사는 브릭트레이딩과 구조나 사업 내용 등이 판박이였다.

중개 수수료 대부분은 조 회장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세 자녀의 세금 등 가족의 사적 용도에 사용됐다.

이들 회사가 2003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챙긴 중개 수수료는 196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한항공 물품 공급업체들은 회사명이 바뀔 때마다 ‘명칭과 조직이 변경됐으니 종전과 같은 협조 관계와 새로운 계약 체결을 희망한다’는 서신을 받았다.

좌석, 시뮬레이터 등 항공기 장비 공급사들은 이들 회사의 중개 없이 대한항공과 직접 협상해 거래했다.

세 회사 모두 항공기 장비 시장 상황을 비롯한 정보 수집이나 보고 등 실질적인 중개 행위를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측도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내 면세품 공급사들은 자체적으로 중개업체를 갖고 있어 별도의 중개업체가 필요 없었다.

검찰은 A·B·C사에 대해서도 ‘조 회장이 대한항공과의 특수 관계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고 자녀들에게 재산을 넘겨주기 위한 편법 통로’로 결론 내렸다.

조 회장이 이들 회사를 중개업체로 끼워 넣으라고 공급사들한테 요구하거나 이런 거래 구조를 계속 승인해 중개 수수료가 물품 공급가에 포함되게 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4월 조 회장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으로 촉발된 한진가의 경영 비리 수사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