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기싸움 새국면/아사히신문 “개최 않는것 확정적”/ 폼페이오, 4차 방북 때 핵 목록 요구/ 北, 종전선언·제재해제 요구로 이견/ 폼페이오, 고위급 대화 가능성 언급/‘두 궤도로 대화지속’ 전략에 무게/ 靑은 낙관적… 文 “걱정말라 잘될 것”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둘러싼 북·미의 기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초 이달 중순 예상됐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副相·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간 실무회담 개최가 사실상 불발됐다.

지난주 유럽 순방에 나섰던 비건 특별대표가 일정을 마치고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이달 중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실무협의가 개최되지 않는 것이 확정적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북·미 실무협의는 지난 7일 4차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건 대표가 지난 16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유럽 순방에 나서면서 첫 최·비건 회동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미국의 실무협의 제안에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서 최·비건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당시 미국 측이 북한 측에 핵무기 목록과 비핵화 로드맵을 제출하라고 촉구했으나 북한 측이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종전선언과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하면서 북·미 밀당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협의의 북한 측 간판인 최 부상은 숨바꼭질하는 양상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했던 7일에는 중·러 순방(4∼11일)에 나섰다.

비건 대표가 이번에 러시아를 시작으로 프랑스, 벨기에를 방문한 뒤 귀국할 때까지는 평양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실무협의가 헛도는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약 10일 후 북·미 고위급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최·비건의 실무회담을 건너뛰어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당 통일전선부장 겸임)·리용호 외무상이나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고위급 대화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 등을 사전에 조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니면 고위급 대화를 통해 다시 구체적인 실무협의 방향을 조정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실무협의가 현실적으로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위급 대화와 실무협의라는 두 궤도를 놓고 대화를 이어가는 투트랙(Two Track) 접근일 가능성도 유력하다.

미국의 중간선거(11월6일)를 앞둔 시점에서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 측 고위급 인사의 방미라는 외교 이벤트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공적을 부각하고 북·미 대화 동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북·미 실무협의 공전(空轉)에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재외교 전망에 낙관적이어서 참모들이 걱정을 말하면 오히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답한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유럽 순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을 했을 때 많은 합의를 해왔기 때문에 (북·미가) 만날 때가 됐다.예상대로 일이 진행되어가고 있다고 본다"며 "(2차 북·미 회담 장소로) 3~4군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1월 개최설에 대해선 "현재 북·미 간에 2차 정상회담을 위해 다양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안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박성준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