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자료서 드러나/헌혈 금지 약물 복용 2287건/ 수혈용으로 이미 168건 유통/ 홍역·결핵 등 감염환자 헌혈도/ 적십자사 “피로 감염 안돼” 해명/“유관기관 정보공유 시스템 시급”‘위급할 때 적절하게 수혈받을 수 있을까? 그 혈액은 안전할까?’치료 등을 위해 남의 혈액을 이용해야 할 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걱정이다.

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드러났다.

기형아 유발 우려가 있는 헌혈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람의 혈액이 수혈용으로 유통되는가 하면, 법정감염병에 걸린 환자의 혈액이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등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적십자사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장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헌혈 금지약물 복용자 채혈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헌혈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람의 헌혈이 2287건이나 됐고 이 중 168건이 수혈용으로 유통됐다.

기형아 유발 우려 등으로 금지된 약물 종류별로 보면 여드름 치료제(로아큐탄, 로스탄 등)를 복용한 사람의 헌혈 건수가 16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프로스카, 아보다트 등) 646건, 건선 치료제(티가손, 네오티가손 등) 8건이었다.

헌혈자는 채혈 전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

로아큐탄 등 여드름 치료제는 복용 후 1개월이 지나면 헌혈할 수 있지만 티가손 같은 건선 치료제를 먹었다면 평생 헌혈에 참여할 수 없다.

개인의 기억과 양심에만 의존할 수 없어 대한적십자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방부와 ‘혈액 사고방지 정보조회시스템’을 구축하고 매일 금지약물 처방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과의 정보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고 하루치를 모아뒀다가 일괄 제공하는 탓에 허점이 생겼다.

헌혈 금지약물 처방정보가 혈액 출고시점보다 늦게 수신되는 경우 금지약물 복용자의 혈액이 출고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홍역, 결핵 등 법정감염병 환자의 혈액이 의료기관에 출고되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장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법정감염병 환자가 발생한 69개 단체에서 8517명이 헌혈을 했고 이 중 162명이 헌혈 이후 법정감염병 의심 또는 확진 환자로 분류됐다.

이들에게서 채혈한 55개 혈액 유닛이 의료기관에 보내졌는데 적십자사는 해당 혈액이 실제로 환자에게 수혈됐는지 여부도 모르고 있다.

헌혈 후 환자가 나온 단체는 감염병별로 유행성 이하선염 22곳, 결핵 21곳, 수두 9곳, 인플루엔자 8곳, 홍역 4곳, A형 간염 3곳, 신종플루 2곳이었다.

적십자사는 "법정감염병 대부분이 혈액을 매개체로 감염되지 않아 수혈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A형 간염의 주요 감염원인으로 수혈을 꼽고 있다.

현행 혈액관리법도 ‘부적격 혈액의 수혈 등으로 사고 발생 위험이 있거나 발생했을 때는 혈액을 수혈받은 사람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 의원은 "환자 안전을 위해 심평원, 국방부와 적십자사가 실시간으로 정보 공유를 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며 "단체헌혈을 받을 때는 의료인이 해당 기관을 방문해 감염병 발생 여부 등을 점검하고 헌혈자에게 개별 문진을 하는 등 철저한 사전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