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신단계’ 협력을 모색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5∼27일 방중과 내년 6월로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정부 내에서 새로운 중·일 정치문서의 작성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중·일 간의 4대 정치문서로 △1972년 9월 공동성명(국교정상화 골자) △1978년 8월 평화우호조약(상호 영토존중·불가침·내정 불간섭) △1998년 11월 공동선언(국제정치·경제·지구규모 문제 등에서 협력 강화) △2008년 5월 공동성명(전략적 호혜 관계 추진)이 있다.

중·일 평화우호조약 발효 40주년인 23일 마이니치 신문은 이 4대 문서에 더해 살얼음판을 걷는 양국 관계를 유지하는 장치로서 5번째 정치문서의 작성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구상하는 중국과의 신단계 협력이란 현재 긴장이 계속되는 역사·영토 문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중심으로 관계를 진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 방문 중 "내년(2018년)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 때 고위급 왕래 등 교류를 심화해 중·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중·일 관계는 2012년 12월 아베 총리의 집권 전후 이래 1972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2012년 7월 일본 정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 명칭 센카쿠열도)의 국유화 결정, 2013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 양국의 갈등이 격화했다.

한국을 방문한 시 주석이 임재왜란시의 조·명 연합을 거론하며 한·일 역사연대를 부각한 것이 바로 중·일 대립이 정점에 있던 2014년 7월이다.

지난해 1월 상황이 반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은 중·일이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일대 전환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중국 견제를 외치면서 동시에 주일 미군 철수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탈을 공언해 양국을 긴장시켰고 TPP 이탈을 현실화하기도 했다.

중·일 경색 속에서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일본이다.

지난해 1월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정세를 다뤘다.

3월 하기우다 코이치(萩生田光一) 관방 부장관(현 자민당 간사장대행)이 방중해 공현우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와 회동한 데 이어 5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 포럼 참석차 방중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시 주석과 만나 중·일 해빙의 돌파구를 열었다.

당시 니카이 간사장이 시 주석에게 전달한 아베 총리의 친서에는 미국의 견제로 일본이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중국의 일대일로를 평가하면서 협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입장 전환을 가져온 키맨이 바로 아베 총리의 대외 정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총리 비서관이다.

경제산업성 출신인 이마이 비서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TPP 이탈과 무역 압박 조짐이 있자 아베 총리에게 중국카드를 조언했으며 니카이 간사장의 시 주석 면담에도 배석했다.

중·일은 이후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이 측근인 양제츠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간 회동을 거쳐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양국 정상이 웃는 얼굴로 마주 앉는 데 성공했다.

당시 아베 총리가 일본산 식품규제 완화를 요구하자 일본 측에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시 주석이 "일본 쌀이 맛이 있다"고 말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중 기간 양국은 제3국 인프라 개발 협력 관련 양해각서 50건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또 양국은 양국 중앙은행이 위안화와 엔화를 서로 융통화는 통화스와프의 규모를 기존보다10배까이 확대한 3조엔(약 30조원) 규모의 통화교환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