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던 영국 과학계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로 인해 EU로부터 받던 연구보조금과 함께 그간의 명성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러자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영국과 유럽의 저명 과학자들이 영국과 유럽 과학계 모두를 위해 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하게 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상황을 피해야 한다며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BBC방송과 인디펜던트지는 노벨상 수상자 29명과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메달 수상자 6명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에게 연대서명 서한을 보내 브렉시트 협상을 청원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학에는 국경을 넘는 사람과 아이디어의 흐름이 필요하다는 게 서한의 요지다.
이들은 서한에서 "과학은 질병치료, 청정에너지 생산, 식량공급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가장 역량있는 연구자들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EU가 가급적 과학연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에는 프랑스 생의학자 쥴스 호프만, 네덜란드 화학자 폴 크루첸, 독일 생리학자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폴하르트 등이 참여했다.
이 서한은 영국내 과학자 상당수가 영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최근 조사결과가 나온 때와 맞물렸다.
유방암 치료법 연구로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폴 너스 경은 이들 과학자가 브렉시트로 인해 연구자금 조달과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있는 동안 영국내 과학자들은 영국이 제공한 것보다 많은 연구보조금을 유럽 지역에서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폴 경은 브렉시트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영국 과학계가 연간 10억 파운드(약 1조4천746억원)의 연구지원 자금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과학계는 신속한 협상으로 과학 분야에서 영국과 EU의 관계가 재설정돼 스위스처럼 기부금을 줄 수도,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는 지위를 확보하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과거처럼 유럽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지 않으면 비자 발급 신청에 따른 관료시스템으로 과학연구가 늦어지거나 인재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 최대의 생리학 연구기관인 런던의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가 연구원 1천명을 대상으로 내부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이들의 51%가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계속 체류하게 될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연구원 중 40%가 다른 EU 국가 출신이었는데 이들의 78%는 브렉시트 이후 탈(脫) 영국을 계획 중이었다.
또 이 연구소의 책임자급 간부의 45%는 새로운 하급연구원 모집, EU 지원프로그램 배제, 파운드화 하락에 따른 비용상승 등의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이 연구소 직원의 97%가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 과학계에 최악의 상황을 가져올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발 마출리테 연구원은 "브렉시트 과정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7년간의 영국 생활을 정리하려고 하는 중"이라며 "영국 외 다른 곳, 중부유럽으로 이주하거나 리투아니아로 돌아가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영국 과학계는 계속 정부보조금을 받아 연명해나갈 수는 있겠지만, 세계 과학연구의 거점 위상이나 세계 최고수준으로 자부해온 명성도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묻어나온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 대변인은 "영국은 유럽을 과학연구의 전초기지로 만드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왔고 외국 연구자들이 영국에 기여한 바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면서 "영국이 EU를 떠나더라도 이런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과학 및 혁신 분야에서 EU 파트너와 계속 관계를 구축하고 상호이익이 되는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영국의 참여를 모색하며, 산업고도화 전략을 통해 과학, 연구, 혁신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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