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일부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음에도 한 사립유치원 단체는 되레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이는 해당 단체가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행법하에서는 교비를 교육 목적이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해도 형법상 횡령죄로 처벌하기 어렵고,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습니다.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유치원 설립부터 운영까지 개인 돈이 들어가 교비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사립유치원들의 주장이다.

누리과정 예산 명목으로 사립유치원에 지원되는 세금 2조원이 사용처가 명시되지 않는 지원금 성격이라 처벌도 어렵습니다.

누리과정 지원비를 보조금으로 명시하고, 학부모 부담금도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되야 하는 이유입니다.

올해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5.5% 수준입니다.

유치원생 4명 중 1명 정도만 국공립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현실입니다.

전국 평균이 이 정도고, 맞벌이 부부가 많은 서울지역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이 18%에 불과합니다.

국공립유치원이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유아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학부모들이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고, 정부도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신설을 추진하지만, 사립유치원 반발로 국공립유치원 설립이 여의치 않은 실정입니다.

학부모에게 유치원 선택권이 없는 점도 문제입니다.

수적으로 절대 부족한 국공립유치원은 엄청난 경쟁률 때문에 추첨을 통해 들어가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조건이 좋은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기 유치원은 추첨 전날부터 학부모들이 밤새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설사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라고 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논란을 계기로 (단순 수치만 제시할 게 아닌) 실효성 있는 국공립유치원 증설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서울 동작구에서 만 5살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최근 공개된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접한 뒤 뒷맛이 개운치 않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비리유치원) 명단엔 없었지만, 해당 유치원이 '비리유치원'이라고 해도 여기가 아닌 다른 유치원에 보낼 선택권이 사실상 학부모에게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근에 위치한 국공립은 어마어마한 경쟁률 때문에 추첨에서 떨어졌고, 집 앞으로 통원버스가 오는 유명 사립도 거의 빈자리가 없다"며 "설령 내 아이가 다니는 곳이 비리유치원이라고 해도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올해 전국 국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은 25.5%다.

유치원생 4명 가운데 1명 정도가 국공립에 다니는 셈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살펴보면 취원율은 천차만별이다.

주로 서울·부산·대전 등 특별시·광역시보다는 도 단위 지역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이 높다.

구도심보다는 신도시나 농어촌지역 취원율이 높다.

서울지역(교육청·교육지원청 기준)의 경우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18.0%로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취원율이 높은 강남·서초지역의 경우 25.2%로 전국 평균에 가깝지만, 가장 낮은 북부지역의 경우 9.5%로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치원이 몰려있는 경기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도의 평균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4.4%다.

양평(73.5%)과 가평(68.3%), 연천(50.3%)지역 등은 유치원생 절반 이상이 국공립유치원에 다니지만, 부천(19.7%), 평택(19.2%), 용인(17.2%), 안산(13.2%) 등은 국공립 취원율이 20%를 밑돈다.

대전(18.8%)과 대구(17.5%), 광주(18.3%), 부산(15.8%) 등도 전체적으로 국공립 취원율이 낮다.

이에 비해 전남(52.2%)과 제주(49.2%)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이미 정부가 2022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40%를 넘겼고, 세종시의 경우 국공립 취원율이 96.2%에 이른다.◆세종시 국공립 취원율 96.2%…서울 18%에 불과해정부가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공립유치원 확대에 나섰지만, 사립유치원이 많은 곳에서는 반발이 적지않다.

이 때문에 주로 농어촌이나 개발 초기의 신도시 위주로 국공립유치원을 짓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국공립유치원을 계속 확충해 학부모에게 제대로 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공립유치원을 늘려달라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40% 확대 방침에도 맞벌이 부부가 많은 도심 학부모들의 경우 제대로 혜택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유치원의 경우 시장 논리도, 국가 책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학부모가 제대로 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증설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사각지대에 놓인 유치원…"시장논리도, 국가책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이 유치원마다 천차만별인 학부모부담금 상한선을 정하고, 국공립유치원을 늘려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2일 대전 유성구의 한 카페에서 사립유치원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그간 학부모들이 느낀 애로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간담회에는 교육부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 신청한 사립유치원생 학부모 10명 가량이 참석했다.

당초 공개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학부모들이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해 비공개로 전환됐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한 학부모는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비 외에도 학부모가 내야 하는 분담금이 유치원마다 편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방과 후 프로그램 참여비용 등은 유치원마다 차이가 있고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지만,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복수의 학부모들은 국공립유치원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공립유치원에 보내고 싶지만, 거리가 너무 멀거나 경쟁률이 높아 사립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유치원비가 천차만별인 점과 (유치원) 정보가 제한적인 점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국공립유치원을 많이 만들어달라는 건의도 나왔다.대체로 문제 인식이 비슷했다"며 "이번주 발표할 종합대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 부총리는 "이런 사태가 벌어질 때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교육당국의 책임을 통감하고,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유치원 상시감사 체계 확립 △비리 신고 접수 유치원 △대규모 유치원 △고액 유치원 등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감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과 공공성·책무성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25일 발표할 예정이다.◆유은혜 교육부 장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통감…종합대책 마련할 것"정치권도 사립유치권 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21일 비공개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당정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2시간 넘게 진행된 협의회를 통해 대책의 주요 방향에 공감대를 이뤘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고, 25일 당정청 협의회를 통해 국민께 소상히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회계 투명성 강화 문제나 국공립 유치원 확대 문제,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대책 문제는 공감대가 있어 새삼 확인할 필요가 없고 어떻게 구체화할지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에듀파인' 등 회계시스템의 사립유치원 적용 방침에 대한 반발 움직임을 두고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고 반발이 있다고 하지만, 충분히 설득할 수 있고 받아들여질 것이라 본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사용되는 부분이 있어서 유치원 입장에서도 감당하고 감수해야 될 것으로 생각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정 사용 시 환수·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면 실효성 있게 할지를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비리 근절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해 "25일 구체적으로 논의해 법안에 대한 제도적인 대책을 발표할 것인데,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미 당론으로 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당론 추진 방침을 시사했다.

해당 법안을 교육위 차원에서 공동발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추진이 된다면 당연히 좋은 방안"이라고 화답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