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가 꼬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갑작스럽게 연기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심사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안개 속으로 빠진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배경에 대해 "이동 일정이 잡히면서 그것(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을 바꾸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날 만나려고 한다"며 "회담 일정은 다시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제 북미 고위급 회담 일정이 다시 잡힐지 유동적인 상황이다.

고위급 회담이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된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길들이기 위해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견해와 미국 중간선거 결과 '절반의 성공'을 거둔 트럼프 대통령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외교가에선 북미 고위급 회담이 돌연 미뤄짐에 따라 북미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 아니냐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은 북한에 핵시설 사찰과 검증을 선행해야 한다는 방침이고, 북한은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맞서면서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 때문에 결국은 북미 간 물밑 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깔렸던 '판'이 뒤집어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와 관련해서 "북측에서 연기하자는 통보를 받았다는 게 미국 측의 설명"이라며 "북측에서 연기하자는 통보를 받았다는 게 미국 측의 설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미 고위급 회담을 하루 앞두고 전격 연기된 데는 상호 일정 조율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내려는 정치적 협상 전략이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내년 초 언젠가 만날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마주할 뜻을 시사했지만,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가 검증될 때까지 제재를 통해 압박하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호응'을 언급한 부분도 역시 같은 의미로 읽힌다.

결국은 미국으로서는 급할 것이 없으니 장기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북미 간 교착상태로 김정은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로서도 미국의 보폭을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칫 남북 관계가 과속된다면 미국은 북한과 협상 문제를 더 장기전으로 맞대응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북미 간 대화 의지가 있고 후속 대화가 이른 시기에 열린다면 김 위원장의 남은 두 달여 안에 서울을 답방할 가능성이 남이 있다는 관측이다.

남북 정상이 채택한 9·19 평양공동선언에는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밝힌 가까운 시일 내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는 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4일 "현재로서 저희는 어쨌든 초청자의 입장에서 지난 평양 정상회담에서 저희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을 초청했고, 연내 답방하는 것으로 협의가 돼 있기 때문에 충실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며 내심 기대감을 내비쳤다.

또 "일단 모든 것들은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논의가 어떻게 되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미 고위급 회담이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데다 지난달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개선 조짐을 보였던 북미 관계가 삐걱대면서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면서 그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면서 대북 정책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2차 북미회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고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한다면 가뜩이나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미국이 앞으로 더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