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파문 계속되는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으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H(53)씨가 지난 6일 구속됐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쌍둥이 딸들이 최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학부모 단체가 성명을 내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학생-시민 등이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이에 대해 "공정함에 대한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결과"라며 "확실한 결과물이 나와 끝을 보길 바라는 분위기는 긍정적"이라 평가했다.◆전문가 "국민들, 공정성 훼손에 민감 반응...끝을 보길 바라는 것"이종훈 사회평론가는 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민들이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이번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에 국민들이 크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밝혔다.

그는 또 "큰 틀에서 봤을 때 시민의식이 촛불혁명 이전과 이후로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처벌이나 문제점의 해결이 미진한 채 사태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단순히 지적만 하고 개선 없이 넘어가기도 했다.요새는 국민들이 끝을 보길 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국민들의 주권의식이 강해진 결과다.사태를 확실히 해결한 결과물이 바라는 분위기는 사회 발전적으로 봤을 때 무척 긍정적"이라 평가했다.◆숙명여고 재학생 "딸 미술대회 심사 말 안돼...서명운동 진행 중"시험지 유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곳곳에서 분노가 분출했다.

자신을 숙명여고 재학 중인 미대 입시생으로 밝힌 한 누리꾼(ucan****)은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숙명여고 내신 비리 강력 처벌 촉구 대국민 서명운동에 동참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매년 저희 학교는 교내 미술창작대회를 시행합니다.작년 그 대회에서 쌍둥이 언니가 특선(4등)을 수상했는데 그 대회 심사위원이 아버지인 ㅎ모 교무부장 선생님(미술 담당교사이십니다)이라는 기사를 보신 분들이 계신지요"라며 "저는 그 부분에서 미대 입시생으로서 정말 너무 화가 났습니다.그 친구가 미술을 잘하건 못 하건 심사위원으로 가족이 있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 상황 아닌가요?"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학생은 이어 "저희는 진정으로 분노하면서도 혹여나 선생님들께 저희가 밉보일까 해가 갈까 ‘생기부’(생활기록부)에 잘못 쓰일까 노심초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비극적인 실정"이라며 서명운동 동참을 요청했다.◆학부모 "쌍둥이, 자퇴는 꼼수... 진정한 사과해야"학부모 모임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지속적으로 사태 해결 촉구에 나서고 있다.

비대위는 8일 성명을 내고 쌍둥이들이 최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학 입학을 위한 꼼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비대위는 이날 "‘자퇴는 괴물이 되는 길’ 더 이상 괴물이 되지 말라"는 제하의 성명서에서 "증거만 없으면 죄가 아니라며 아무런 움직임도 없던 숙명여고와 쌍둥이가 교무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쌍둥이 엄마는 학교에 쌍둥이들의 자퇴서를 제출했고 학교는 그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1학년 1학기로 원상복귀 돼서 그 성적으로는 좋은 학교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답안지 유출범죄’에 대한 내용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될 것을 우려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0점 처리와 성적 재산정 없이 학교를 나가 친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아직도 많은 학부모와 국민들은 딸 같은 두 아이들을 동정하고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죄를 자백하고 용서를 빈다면 말이다"라며 진정한 사과와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수시 폐지, 정시만 실시" 국민청원 쇄도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입 제도 전체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도 고조되기 시작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확대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시험지 유출 의혹이 확산되면서 내신과 수시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청원인은 "시험지 유출 범죄를 보고 많은 걸 느꼈다.제 옆에서도 좀 사는 집이면 수시에 돈 많이 투자해서 좋은 대학교 가려고 준비 중인 애들이 많다"며 "학교에서 최대한 아이들을 좋은 대학 보내려고 상 몰아주기나 서술형 채점을 의심 없이 하는 등 보이지 않게 학생차별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자신을 수시로 서울대만 50명 가까이 보내는 자율형 사립고에 다닌다고 밝힌 한 청원인은 "숙명여고 사건과 같은 일들 매우 많다.부모 ‘빽’으로 생활기록부 만들어서 대학 간다"며 "학생들끼리 등급 하나를 올리려고 모르는 문제조차 가르쳐주지 않고, 수행평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척한다.이렇게 살라고 학교가 있는 건가?"라며 내신 위주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지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도 지난 7일 ‘소속회원이 저지른 내신범죄에 대해 전교조는 대국민 사과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범죄사실 소명" 쌍둥이 아빠 전 교무부장 구속돼한편 서울 숙명여고에 재직하면서 자신의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임 교무부장 H씨는 지난 6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H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범행의 특성, 피의자와 공범과의 관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및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H씨는 자신이 일하는 숙명여고에서 2학년인 쌍둥이 딸에게 정기고사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수서경찰서는 지난 2일 "사안이 중대할 뿐 아니라, 문제유출 정황이 다수 확보돼 범죄 혐의가 상당함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H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