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이상의 확정 수익률을 보장합니다."3년 전 항공사를 정년퇴직한 최모(61)씨 눈에 인천의 한 분양형 호텔 광고가 번쩍 들어왔다.

퇴직금으로 받은 1억5000만원을 투자하기에 제격 같아 보였다.

서둘러 호텔을 찾은 김씨는 덜컥 계약부터 했다.

첫해에는 투자금의 7%를 매달 수익금으로 받았다.

은행보다 수익이 짭짤하다며 좋아했다.

딱 1년뿐이었다.

이듬해부터 수익률이 2%로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적자가 났다며 2.62%의 돈을 되레 떼어갔다.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하소연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윤모(81)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윤씨는 국내 유수 신문을 읽다가 5년간 매달 투자금 대비 11%의 확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제주도의 한 분양형 호텔 광고를 보고 구매를 결심했다.

유력 신문에 난 광고라 믿었다.

하지만 분양 첫달 통장 입금내역은 기대에 전혀 못 미쳤다.

투자금의 11%는커녕 절반도 안 되는 5%의 수익금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윤씨는 그나마 4% 정도의 수익금이라도 받고 있다.

요즘 분양형 호텔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애초 "10% 이상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홍보하던 호텔들은 상당수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분양형 호텔 중 수익금을 제대로 지급하는 곳은 30% 정도라는 게 업계 상식이다.

이를 감안하면 피해자 수는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퇴직금 등 전재산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한 투자자 중엔 생계유지조차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도 생겨날 정도다.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분양형 호텔 시장를 규제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곳 중 1곳은 분쟁 중… ‘투자자의 지옥’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형 호텔은 아파트처럼 호텔 객실을 개인에게 분양한 뒤 위탁운영해 수익금을 객실 소유주에게 배분하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2012년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객실별 분양의 물꼬를 터주면서 등장했다.

처음에는 주로 제주도 등 관광지에 설립돼 1억~2억원대 규모의 투자금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혁신적 상품으로 알려졌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약속된 수익금을 받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 ‘투자자의 지옥’으로 불릴 지경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영업신고를 한 분양형 호텔은 전국에 151곳이다.

복지부는 이중 24곳이 법적 분쟁에 휘말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분양형 호텔 6곳 중 1곳이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분양형 호텔이 가장 많은 제주도에서는 51곳 중 10곳(19.6%)이 분쟁을 겪고 있으며 경기도도 10곳 중 무려 6곳(60%)에서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을 제외하고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진정서가 접수된 대상 호텔도 여럿 있어 실제 갈등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텔도 아니고 아파트도 아냐… 법망 허술분양업계는 분양형 호텔을 규제할 마땅한 법규가 없다는 점을 상황 악화의 주범으로 꼽는다.

분양형 호텔은 호텔업이 아닌 생활형 숙박시설로 분류된다.

관광진흥법 대신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

또 분양이 가능하지만 아파트로 간주되지 않아 공동주택관리법상 규제도 면제된다.

그 결과 관광진흥법에 따라 일정 정도의 공정이 진행되기 전 발생한 손해에 대비해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거나,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예기치 않은 분양자의 재산손실을 막기 위해 보증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투자자 보호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분양자들에게 회계사항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 ‘깜깜이’ 운영도 문제다.

호텔업에 해당하는 호텔들은 관광법에 따라 분양 또는 회원들이 대표기구를 구성하도록 보장해야 하고 관리비 사용내역 등도 공개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매년 1회 이상 회계감사를 받는다.

이런 법적 의무가 전혀 없는 분양형 호텔들은 회계 투명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한 분양형 호텔 투자자들은 "분양자들이 수년간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해도 호텔 측은 공개 의무가 없다는 점을 들어 거부한다"며 "호텔의 회계부정 등이 의심돼도 분양자들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어 "호텔 측에서 제출한 회계감사보고서도 겨우 4쪽짜리로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이를 두고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해도 호텔 측에 자료 제출 의무가 없으니 마땅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응답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시장은 불황... 공부 소홀했던 투자자 탓도분양형 호텔들도 할 말은 있다.

국내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안 좋아 본래 기대했던 만큼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호텔 측은 2015년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2016년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해 호텔 시장이 위축됐다고 주장한다.

실제 메르스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2015년 2분기 국민총소득(GNI)는 전 분기 4.2%에서 -0.1%로 급감했다.

사드로 한·중 관계에 한파가 불어닥친 2016년에는 중국인 입국자가 417만명으로 전년 대비 48.3% 급감했다.

투자자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호텔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익금을 챙길 욕심에 덜컥 목돈부터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호텔들도 보통 투자한 지 20여년이 지나야 연 5% 정도 수익이 나는 구조"라며 "당연히 투자 즉시 10%가 넘는 수익을 매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홍보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분양형 호텔의 광고만 믿고 계약서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계약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많은 분양형 호텔이 ‘당해 영업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다를 수 있다’는 조건부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키곤 한다.

이를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계약서에 서명한 투자자는 결국 수익금이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되는 것이다.▲ 과장광고 못하게 하고 법적 규제해야전문가들은 분양형 호텔 과장광고 규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경DB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최광석 변호사는 "수익률을 비상식적으로 부풀려 광고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발 벗고 나서 분양형 호텔 광고를 전수조사하고 시정명령도 내려야 미래의 투자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칠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도 "수익률이 어느 정도 될 것이라 추정하고 홍보하는 걸 선제적으로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확정 수익 같은 특정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등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도를 바꾸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형 호텔 투자자 피해를 법적으로 보호할 방도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하루빨리 법을 손봐 분양형 호텔에 정확한 규제를 해야 한다"며 "분양보다는 분양 후에 합법적인 관리단이 공정하게 수익을 분배하고 투명한 회계 처리를 해야 투자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태일 손한수 변호사도 "법적 규제가 미흡하니 계약서에 회계 공개 등 조항이 없으면 피해를 보고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며 "관계부처에서 분양형 호텔을 대상으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표준계약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