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은 1983년 승인받은 노후시설로 소방시설이 취약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시원 내부가 벌집처럼 밀집해 화재에 취약한 구조인데도 화재 예방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종로구청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국일고시원 건물은 1983년 지어진 건축물로 건축대장에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2009년 이전 지어진 건물은 소방서에서 필증을 받으면 고시원 영업이 가능했다"며 "당시 지어진 고시원은 대부분 기타 사무소나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신청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일고시원은 고시원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탓에 화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법이 개정된 2009년 7월 이전부터 운영한 고시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법 규정상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진행한 국가안전대진단 중점 점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정부는 올해 국가안전대진단을 진행하면서 안전에 취약한 고시원과 쪽방촌 등 8300여곳을 점검했는데, 기타 사무소로 등록된 국일고시원은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국일고시원은 정부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난 탓에 소방시설 관리도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일고시원 거주자들은 화재 당시 비상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국일고시원 2층에서 2달째 거주했는 정모(40)씨는 "3층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며 "불이 났는데도 비상벨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명피해가 집중된 3층에 거주했다는 조모씨는 "평소 고시원에 생활하면서도 화재에 취약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방마다 소화기가 있었지만 속옷 차림으로 대피해야 할 만큼 다급해 사용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고시원의 특성상 화재에 취약하지만, 정부 규제에 벗어난 시설이 많아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부산에서는 고시원에서 불이 나 17명이 대피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소방 추산 2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용산구의 한 고시원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1명이 병원에 이송되고 6명이 대피했다.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불은 10여분 만에 진화됐다.

고시원에서는 방화로 인한 화재로 종종 발생한다.

지난 6월 부산의 한 고시원에서 거주자가 자신의 방에 휘발유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다른 거주자들이 즉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2008년 10월 서울 강남구의 한 고시원에서는 거주자가 자신의 침대에 불을 내고 흉기를 휘둘러 6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소방청의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중이용업소에서 발생한 화재는 3035건으로, 이중 고시원 화재가 252건(8.3%)이었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고시원 특성상 화재에 취약한데 노후시설은 법망을 피해있다 보니 더 큰 피해를 야기한다"며 "피난시설은 필요 이상으로 확보하는 ‘페일세이프’(Fail safe)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