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화재’ 사상자 대부분이 가족과 연락 안 돼참사는 이번에도 소외된 이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9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지거나 다친 이들은 대부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찾아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조차 어려웠던 일부 사망자는 다행히 신원이 확인됐지만, 무연고자일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사망자 2명과 부상자 2명이 옮겨졌다.

이 가운데 화재 발생 10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 현재까지 가족과 연락이 닿거나 찾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망자들은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숨진 뒤 신원 확인이 어려워 옮겨진 A씨와 중앙의료원 이송 후 심폐소생술(CPR) 도중 숨진 B씨다.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한 뒤 유가족과 연락해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만약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경찰 등의 무연고자 장례 절차에 따르게 된다.

무연고자들은 대부분 별도 장례식 없이 화장된다.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무연고자들의 장례식을 치러주는 경우도 있으나, 흔하진 않다.

왼손에 2도 화상을 입고 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입원 중인 김모(59)씨는 병원 측에 "오라고 할 가족이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평소 김씨가 다니는 교회 목사가 김씨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건설노동자로 일하며 고시원에서 약 3년 간 살았다는 김씨는 의료원 관계자를 통해 "창틀에 고인 빗물로 코와 입을 적시고 3층에서 배관을 타고 내려왔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부상 정도가 심하진 않으나 충격으로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한다.

그는 또 왼쪽 머리 등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는 의료원 관계자에게 "(고시원) 사람들 이름은 기억이 안 나거나 몰라도, 얼굴을 보면 누군지 다 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원 관계자는 "김씨는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6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는 얘길 듣고 몹시 괴로워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상자 C씨는 중앙의료원에서 등을 치료받고 귀가했다.

중앙의료원 외에 사상자들이 옮겨진 서울대병원, 고대안암병원, 서울백병원, 한강성심병원, 한양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등 다른 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로 고시원 거주자 27명 중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상태가 위중한 부상자가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오전 5시쯤 고시원 3층에서 시작된 불은 소방관 100여명과 장비 30대가 투입된 끝에 2시간 만인 오전 7시쯤 완진됐다.

그러나 건물이 오래돼 스프링클러 등이 없고, 비좁은 공간에 방이 밀집된 탓에 피해가 컸다.

경찰은 감식반을 투입하는 한편,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는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