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양사 실적 상승의 주 요인이었던 데이터센터향 D램 분야의 수요가 당초 전망보다 하향된 데 따라서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D램 시장의 주요 고객인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애플, 바이두,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기업의 데이터 센터 설비투자가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 기업들의 올해 연간 설비투자액은 829억달러(93조5100억원) 수준으로, 당초 전망치에서 약 15억달러(1조6900억원) 줄었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해 온 것도 데이터센터향 D램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IT 기업들의 시설 투자는 지난해보다 무려 4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5년 사이에 투자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서버용 D램의 매출 비중이 30%, SK하이닉스는 40%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보다 31%포인트 하락한 13% 수준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까지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서버용 D램을 대거 주문했지만 하반기부터는 D램 가격 상승과 재고 관리 필요성 등을 이유로 주문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페이스북 데이터 센터 내부. 사진/AP뉴시스 IT 기업들의 투자 축소는 이미 D램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8Gb(기가비트) D램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7.31달러로 지난 9월보다 10.74% 하락했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간 대량 거래가 이뤄지는 기준 가격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전체 산업의 비트 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수요 증가율보다 클 것으로 예상돼 전체 D램 가격이 전년 대비 15~25%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를 조정 중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2공장의 생산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내년 시설투자 규모를 줄이고 청주 M15, 중국 우시 공장의 생산량을 일정 부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내년 2분기 이후에는 D램 수요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메모리반도체의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2년간 지속된 D램 가격 급등의 피로감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조정에 들어갔다"면서 "하지만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나 클라우드·인공지능(AI) 전환율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