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교체했다.

후임에는 앞서 본지가 2일자 지면을 통해 단독 보도한 대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각각 내정했다.

홍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국회 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문 대통령이 내각 인사 과정에서 보여준 기조라면 이번에도 정면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게다가 홍 신임 부총리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신임이 두터워 노련한 이 총리의 국회 설득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병역문제 등 야당과 언론의 혹독한 검증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격 사유가 발견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김 신임 정책실장은 국회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돼 부담이 덜하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데다, 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왕수석으로 불리며 각종 정책을 주도할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절대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등 각종 지표와 달리 실물경제가 어려워지자, 그를 요직에 배치해 경제정책을 관할케 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점은 이 총리의 부상이다.

호남 홀대론으로 한때 곤혹을 치렀던 문 대통령은 초대 국무총리로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 총리를 낙점, 호남을 껴안는 동시에 대탕평의 시작을 알렸다.

(이 총리는 친노나 친문과도 거리가 멀었다) 각종 수치를 달달 외울 정도로 현안에 밝고, 그러면서도 선을 넘지 않으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 총리의 노련함에 문 대통령은 매우 흡족해했다.

그러나 이 총리의 참모들은 그의 꼼꼼함과 호통에 번번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런 이 총리 밑에서 단련된 홍 국무조정실장의 이번 경제부총리 내정은 사실상 이 총리에게 내각의 전권을 쥐어주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여권 고위 관계자들의 일치된 해석이다.

이 총리의 부상과 함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도 읽힌다.

김 신임 정책실장은 전임자인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전 경제수석과 함께 야권이 지목하는 소득주도성장 3인방(소주방) 중 한 명이다.

그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탈원전 정책 기조를 주도한 인물로 사실상 모든 정책에 관여해왔다.

탁월한 정책 이해도와 추진력은 그를 향한 문 대통령 신임의 밑바탕이 됐다.

물론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여권 내에서도 일부 비토가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주저하지 않고 그를 정책실장 자리에 앉혔다.

이는 여야는 물론 언론 등이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로 읽을 만한 그 어떤 오해도 주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도 같다.

사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세 바퀴가 조화롭게 맞물려 국가경제의 근간이 되기를 바랐다.

특히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문 대통령이 포기할 수 없는 국가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의미했다.

국민, 그중에서도 서민의 실질소득이 증대되어야 소비 여력이 생기고, 이는 내수를 떠받드는 토양이 되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의 요지다.

공정경제는 그간 재벌 대기업들로부터 비롯된 각종 갑질(단가 후려치기, 기술 및 인력 빼가기,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근절함으로써 대· 중소기업 모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판을 만들겠다는 일종의 시장 룰(규칙)에 대한 원칙이다.

문 대통령이 인사 발표 당일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주재, "공정경제는 경제에서 민주주의를 이루는 일"이라며 "우리 경제는 이제 ‘빨리’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하고, ‘지속적으로 더 멀리’ 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천명과도 같다.

문 대통령의 뚝심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기성 산업1부장 kisung01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