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고시원 화재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고시원에서 화재가 일어나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2006년 7월 서울 잠실 8명 사망, 2008년 7월 용인 7명 사망, 2008년 10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6명 사망까지...10년이 흘렀지만, 고시원 화재 양상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워낙 좁은 공간에 수 십 명이 모여 사는 고시원은 화재가 터졌다 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사고 때마다 정부당국은 관련 대책을 세우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스프링클러 보급, 화재점검 등에 나서지만, 결국은 근시안적인 대책에 머무른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9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국일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1명은 일본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은 관할 소방서 역량을 총 투입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소방관 173명과 장비 52대를 투입해 오전 7시쯤 환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 등을 말을 종합하면 방화가능성은 대단히 낮으며 3층 입구에 위치한 301호의 전열기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개떡에 개가 없듯, ‘고시원’(考試院)에는 정작 고시생이 없다.

1980년대 즈음부터 ‘고시생들이 숙식을 해결하며 공부하는 곳’이란 의미에서 생겨난 고시원은 보증금 없이 월세만으로 머물 수 있다 보니 일용직 노동자 등 저소득층 시민들의 ‘주거지’가 됐다.

고시원에 ‘21세기형 쪽방촌’이란 별칭이 붙는 이유다.

9일 화재가 일어난 국일고시원의 대다수 거주자도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빡빡한 서울 살이를 버텨내는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돈 몇 푼 아끼려 3평도 되지 않는 곳에 일신을 뉘였다가 봉변을 당한 셈이다.

9일 국일고시원 화재는 대형참사 때마 그토록 노래를 불러댔던 안전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다.

소방당국과 종로구청에 따르면 국일고시원은 고시원으로 등록되지 않아 올해 5월 국가안전대진단 때 점검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1983년에 지어져 건출 대장에 고시원이 아닌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있어 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당시 안전에 취약한 쪽방촌과 고시원 등 8300여 곳을 점검했다고 발표했지만, 국일고시원 같은 오래 전에 지어진 ‘쪽방형 고시원’과 같은 사각지대의 구멍이 뚫린 셈이다.

다만 국일고시원은 다중이용시설 특별화재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지난 5월 안전 점검을 받았고,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일고시원엔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았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에 따르면 150㎡ 이상이거나 창문이 없는 층에는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일고시원은 이런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건물이었다.

영세 업주들이 운영하는 고시원이나 여관은 비용 문제로 스프링클러 설치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지만, 정부는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