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놔두고 소득대체율 인상은 마술”/전문가 ‘국민연금 개혁안 재검토’ 회의적 반응/“기초·퇴직연금 등 다층연금체계/ 통합해 논의할 컨트롤타워 필요/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보단/연금체계 전체 소득대체율 중요”/개혁 시늉 ‘폭탄 돌리기’ 지적도"국민연금 보험료를 손대지 않으면서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법은 ‘마술’밖에 없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을 놓고 "보험료 인상이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가 회의적인 반응과 함께 내뱉은 말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달성하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정부안을 비토하며 종합(다층)적인 노후소득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 여러 연금체계를 개편해 실질적으로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작업은 복지부 혼자서 어림없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연금개혁특위도 사실상 복지부 소관인 국민연금 개혁만을 다루고 있다.

한 전문가는 8일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없이 노후소득을 보장하려면 국민연금만이 아니라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재편할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권한을 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높이라는 건 마술을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후 소득보장 체계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층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연계해 국민의 노후소득을 얼마만큼 보장해 줄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는 게 문제다.

기초연금을 더 올리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지 않아도 노후의 실질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퇴직연금이 제 기능을 하게 되면 사회보장제도로서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강화해 중산층 이하에게 더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전액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초연금 재원을 쥔 기획재정부와 퇴직연금 관리를 맡은 고용노동부, 민간의 개인연금 판매를 관리하는 금융위원회 등 전 부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을 어느 정도 올릴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부처 칸막이와 이기주의가 단단한 현실을 놔두고 문 대통령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국민연금을 개편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이지만 직장 가입자의 실질 연금부담률은 17.3%다.

국민연금에 퇴직연금(8.3%) 부담률을 더한 수치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연금으로서 기능을 못하다 보니 8.3%의 부담은 제쳐놓고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소득 보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퇴직연금(IRP) 가입자 중 당장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이 연금을 해지하고 일시금으로 가져간 금액은 8443억원에 달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역대 정부마다 실질적인 노후 보장이 되도록 다양한 연금제도를 연계한 큰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연금문제를 손댔다가 지지율 급락이란 폭탄을 맞을까봐 개혁 시늉만 하고 결정을 떠넘기려는 ‘폭탄 돌리기’ 행태만 반복했다.

문재인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냐 50%냐 보다 다층연금체계의 전체 소득대체율이 중요하다"며 "연금체계를 통합해서 논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사회복지학)도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큰 틀이 아니라 국민연금만 놓고 보험료 인상을 운운해서는 국민의 불신을 고려했을 때 이 논의는 끝나지 않는다"며 "(복지부 안을 비토만 할 게 아니라) 마땅한 기구에 전권을 주고 큰 그림을 그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