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 살고 사랑했던 남편이 어느 날 ‘여자’가 된다면?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변화의 정도가 저마다 다를 뿐이다.

영국에 사는 65세의 여성 스티프 버넷은 지난 5년간 정말 ‘큰 변화’를 겪었다.

스티브 버넷이라는 이름의 남성이었던 그녀는 2013년 여성이 되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름도 여성스럽게 바꾼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 지구를 통틀어 지난 5년간 그보다 더 큰 변화를 겪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분명한 건, 그녀의 아내 린이 바로 그 ‘몇 명’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린은 지금도 남편을 절절하게 그리워하고 있어요." 지난 5일 영국 방송 BBC ‘인사이드 아웃 웨스트’에 출연한 스티프는 자신의 아내 린이 겪은 상실감을 알고있다고 했다.

린은 남편 스티브가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완전히 받아들이진 못했다.

한때 남편이었던 여자, 스티프와 함께 산 지 5년이나 됐지만 그녀는 "매일 남편이 그립다" 고 말한다.

린과 스티브는 어린 나이에 만나 사랑에 빠졌다.

젊고 열정적인 한 쌍은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두 아들을 낳고 수십년 동안 순탄하게 살았다.

스티브는 여자 옷을 즐겨 입었지만, 자신이 왜 그러는지 알지 못했다.

린도 그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식들이 성장해 부부의 곁을 떠날 때가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스티브는 어린 자식들 앞에선 차마 두려워 인정하지 못했던 자신의 본성을 들여다보게 됐다.

그는 방송을 통해 "제가 잘못된 몸에 태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티브는 자신이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임을 고백했다.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정체성은 여성이면서, 여성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결국 스티브는 자신의 성향을 린에게 고백하고 성전환 수술을 받고 싶다고 했다.

둘은 이 문제를 두고 3년 동안 격렬히 토론했다.

처음엔 수술을 반대했던 아내도 끝내 그의 손을 들어줬다.

스티브의 한 마디가 그녀를 백기투항하게 만들었다.

"내가 수술을 하면 모든 사람들을 잃겠지.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으면 나를 잃고 말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던 린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스티프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어요. 그녀도 내 상실감을 똑같이 느낄 수 없고요." 린은 방송에서 자신을 ‘110% 이성애자’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스티브를 사랑하기 때문의 그의 선택을 존중했지만, 여자인 ‘스티프’를 온전히 끌어안을 수도 없었다.

심적으로는 물론 신체적으로도 말이다.

두 사람은 여전히 부부 사이지만 이제 육체적인 관계는 가지지 않는다.

린은 "아직도 ‘지옥 같은 여정’이 진행 중" 이라고 밝혔다.

스티프는 조금 더 희망적이다.

그녀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사랑한다.그렇기 때문에 견디는 것이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스티프는 "성전환자 중 절반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비슷한 시도를 한다"면서 한 통계를 인용하기도 했다.

2017년 영국의 성소수자 지원단체 ‘pace’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전환자 중 48%가 자살을 실제로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프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정신적 지지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린은 자신의 남편을 포기함으로써 그의 생명을 구했다.

이아란 기자 aranciata@segye.com사진 =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