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간 프레임 넓히지 않은 한 치유되기 어려워 용산참사는 사회적 갈등 무시한 개발 사업이 근본적 원인
김석기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 당시 경찰의 공권력행사가 정당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석기 의원은 최근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들이 잇따라 용산참사 10주기 관련 제작물과 용산참사 관련 보도들이 잇따른데 대한 유감을 표시한 후 사건현장에서 경찰 측이 촬영한 불법시위성 동영상을 보여주며 당시 경찰이 강력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기자회견에 대해 야당 의원들과 용산참사 유가족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김석기 의원을 비난했다.

용산참사는 일명 ‘국제빌딩4지구’로 불리는 용산4지구 재개발을 둘러싸고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이하 전철연) 회원들, 경찰, 용역 직원들 간의 충돌이 벌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화재사고다.

이 사고로 세입자 및 전철연 회원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경찰 16명, 농성자 7명)을 입었다.

또 이 사고로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로 있던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사고의 전적인 책임을 지고 경찰직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의 여파는 참사 후 10년이 지난 현재도 유족들에게 뼈아픈 상흔을 남긴 채 진행되고 있고 모범경찰로 명성 높았던 김석기 의원에게는 최대 ‘역린’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국 각 지역에서는 용산재개발과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어느 재개발 지역에서도 세입자들의 권익은 외면되고 있고 그들의 삶을 위한 법적인 제도는 만족할 만큼 마련되지 않고 있다.

용산참사가 낳은 것은 6명의 주검과 유족들, 경찰 공권력의 정당성 논란 여부일 뿐 사고재연을 방지할 근본적인 조치는 지금까지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당시 해당지역 주택 세입자는 임대주택 입주권과 주거 이전비 4개월분(4인 가족 기준 1400만원)을, 상가 세입자는 휴업보상비 3개월분(음식점 132㎡ 기준 1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이 실제 사업자들에게는 터무니없이 작게 받아들여졌고 갈등의 요인이 됐다.

그 갈등상황에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가 합류했고 급기야 조직적이고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그들이 몰려 들어간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은 그들이 저항하는 최후의 보루였다.

-사회갈등 없애기 위한 공권력 절제와 중요 재개발사업 예타 단계에서 사회약자 고려해야 이런 상황에서도 누구 하나 그들의 문제를 듣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없었다.

재개발 사업 승인 주체인 서울시와 용산구는 물론 이 사업으로 막대한 이득을 올릴 대형 건설사는 철저히 침묵했고 여야 정치권은 관심조차 없었다.

언론들도 침묵했다.

이런 사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거나 재개발 사업 후에 벌어질 광고나 홍보 등의 잔칫상에나 관심이 있었을지 모른다.

경찰병력이 집중되면서 당시 한강로 주변은 극심한 교통체증이 유발됐다.

경찰의 공권력 행사는 어차피 기정사실이었고 타인의 건물을 불법적으로 점거한 시위단체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건 법집행을 시도해야 했을 상황이었다.

경찰이 주변을 에워싸면서 시위양태 역시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화염병이 백주대로에 투척됐고 고무줄 총으로 쏜 골프공이 경찰을 향해 날아갔다.

마침내 경찰특공대의 옥상진압이 시작됐고 우리가 아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실책은 사전에 벌어질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유류화재 진압을 위한 화학소방차 미비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이전 어떤 진압에도 이런 대비책은 없었다.

요행히 그 진압이 이전의 대부분 진압과 같이 큰 사고 없이 처리됐다면 용산사건 자체는 주목받지도 않았고 대부분 시위처럼 흐지부지 잊혔을 것이다.

그러나 진압과정에서 일어난 참사는 그때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정치권과 방송언론들이 일제히 현장 경찰만을 물고 늘어지게 하는 핑계로 충분했다.

그러니 직접피해 당사자인 용산참사 유가족은 오죽했을까? 원래 투쟁의 대상이었던 서울시와 용산구, 건설사는 어느새 책임선상에서 사라지고 공권력을 행사한 경찰들에게만 원망이 모아졌다.

이런 홍역을 치르면서도 경찰공권력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공권력의 과잉진압은 2016년 9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로 인해 사망하는 사고로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경찰청은 2017년 9월 7일, 경찰개혁위원회가 ‘집회시위자유보장을 위한 권리장전’을 채택해 향후 평화로운 시위보장과 유도, 시위에 대한 경찰력의 신중한 대응 등에 대해 진일보한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공권력이 지나치게 약화됐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등 아직도 경찰공권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형성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경찰청의 변화와 달리 재개발과 관련한 많은 법률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국가재정법상에서 갈등을 미연에 차단할 법령 입안이나 개정은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

국가재정법 시행령 13조와 14조 등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시행령에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으로 건설공사가 포함된 사업에는 반드시 예타를 실시하게 규정돼 있다.

그러나 예타는 전적으로 경제적 손익과 사업의 시급상 여부만 따질 뿐 환경이나 생태, 해당지역민의 이주로 인한 대책이나 세입자나 사회적 약자의 권익보호 등에서는 아무런 조치나 대책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국가적 개발사업이나 지방자체단체가 실시하는 대부분 개발 사업이 착공 후 갈등을 빚는 것도 경제적 득실만 따지는 예타의 맹점에서 비롯된다.

뿐만 아니라 도시정비사업 관련 법률인 도시개발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토지보상법 등에는 토지소유자나 조합에 대한 조항들은 상세히 기술된 반면 세입자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기껏 재개발 지구 세입자들을 위한 임대주택 의무 매입 등 세부사항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내용이 ‘협의해야 한다’ 등의 포괄적인 문구위주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1조 세입자 관련 조항도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는 사업시행으로 이주하는 상가세입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정비구역 또는 정비구역 인근에 임시상가를 설치할 수 있다’로 표기, ‘해야 한다’라는 강제의무조항이 아닌 개발사업자 중심의 ‘할 수 있다’로 기술하는 등 사실상 세입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 적용이 못 된다.

상황이 이와 같으니 거대개발사업은 물론 작은 지역의 소규모 재건축에도 사회적 갈등 요인을 미연에 방지할 법률은 거의 없다.

-김석기 의원, 경찰책임자 아닌 정치적 책임의식 발휘할 때 이런 법률적 상황이 존재하는 한 용산참사 10주년 아니라 몇 십 주년이 지나도 재개발과 관련한 갈등은 개선될 수 없다.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억울함은 기실 경찰책임자가 풀어야 할 일이라기보다 성숙한 국가가 풀어야 할 아픔이다.

특히 김석기 의원은 더 이상 경찰책임자가 아닌 당시의 사건을 계기삼아 대승적으로 풀어야 할 정치인, 국회의원의 위치에 있다.

때문에 김석기 의원은 당시의 경찰측 정당성을 강조하기보다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재개발지역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별법’ 같은 법령제정에 헌신하는 것이 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다.

투쟁대상이었던 서울시나 용산구 및 건설사들이 수면 아래로 사라진 이상 진압주체였던 경찰에 우선적으로 원망의 화살을 돌릴 수밖에 없는 처연한 입장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더 큰 차원에서 아직도 상존하는 사회적 갈등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목소리를 돌리는 것이 또 다른 아픔을 줄이기 위한 결단 아닐까? 직접적인 상대방에만 천착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언제까지고 양자 사이의 갈등은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잘잘못만 따지다 보면 통한의 현실은 또 다시 재현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