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길 식물문화연구가
천령봉의 산줄기는 오봉산, 백운산, 덕유산을 이어 백두대간으로 연결된다.

천령봉은 오봉산의 한 봉우리로 함양읍 삼산리에 있다.

뇌산마을에서 오를 수 있다.

상림의 위천 강둑에서 보면 남서쪽으로 우뚝 솟아 있다.

천령봉에 오르면 동으로 함양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의 기운을 이어놓고 함양읍을 굽어보며 지키고 있는 형상이다.

함양상림은 천년의 세월 동안 마을숲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해왔다.

농경사회에서 마을숲은 생활공간이면서 신앙적인 공간이었다.

마을숲의 형성은 나무에 대한 원시신앙에서 비롯되었다.

우주목으로 나타나는 이 수목신앙은 전 세계 고대 인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첫 번째 배경은 신성에 대한 고개숙임이다.

두 번째는 공동체의 구심점이다.

세 번째는 미지의 불안을 이기려는 위안심리다.

고대로부터 인간은 신성한 숲을 만들고 하늘에 제의를 올렸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순응하고 숭배해왔다.

간절한 염원을 하늘에 전하여 몸과 마음의 안녕을 바라고,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였다.

사회인류학자 프레이저는 고대인의 수목숭배가 토착신앙적 우주관이라고 밝혔다.

이 토착신앙적 우주관은 심리학자 융의 집단무의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융에 따르면 서로 다른 여러 집단이 가지는 같은 기억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파된다.

그래서 인류의 수목숭배는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었을 것으로 본다.

고대인들이 가졌던 우주관으로 볼 때 나무는 하늘과 세상,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가 된다.

이러한 토속신앙적 배경이 천산이라는 산정에서 산맥을 따라 자연스럽게 마을숲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함양상림이라는 마을숲도 이러한 수목신앙의 바탕 위에 서 있다.

사운정에서 지내는 고유제나 기원제도 이러한 토속신앙적 배경을 갖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천령봉으로 산맥의 흐름을 타고 마을숲으로 이어오는 오래된 수목신앙이다.